‘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를 요구하며 지난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비정규직 노동조합원들과 이들에 연대하는 정규직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본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주 2018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법정 시한이 지났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간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동계는 1만원을, 경영계는 6625원을 제시했다. 155원(2.4%) 인상된 금액이다. 그런데 정말 묻고 싶다. 경영계 대표들은 최저임금 6470원이 ‘괜찮은’ 혹은 ‘적정한’ 임금이라고 생각하는지.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2017년 알바천국 아르바이트 108개 업종 모집 공고 176만8천건을 분석해보았더니 평균 시급은 6990원이었다. 그나마 청년들이 쉽게 찾는 편의점(6562원)이나 피시방(6617원) 등 시급이 낮은 하위 10개 업종은 6641원에 그쳤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고작 171원 많다. 인간다운 삶의 실현이 가능한 임금이 아니라, 가격으로서 시장에 맡겨진 임금이다. 그런데 청년 비정규직 59만9천명(31.8%)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3분의 1이 겨우 시급 7천원 이하를 받고 있는 나라. 10명 중 1명은 몇 년째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나라. 이게 정상적인 나라일까. 최저임금은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서 최소한의 임금’ 으로 정의된다. 때문에 최저임금은 일의 성격이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임금, 그저 최저 시급에 맞추어 일을 시키는 임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도 경영계는 피시방, 편의점, 주유소, 음식점, 경비는 저마다 일이 다르다며, 시급을 달리 정하자고 한다. 작년에는 지역별 차이를 두자고도 했다. 경영계 말대로 업종이나 지역별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면 지역간, 업종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진다. 올해는 소상공인들을 앞세워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거나 “가게 망하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도 시작했다. 대안 제시보다 반대만을 외친다. 최저임금이 현실화되어야 할 이유를 같이 고민하면 좋겠다.
인터넷 구글(Google)에서 ‘minimum wage(최저임금)’로 검색해 보았더니 약 3810만개 정도의 검색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최저임금은 보편적 제도다. 1894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34개 법안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최저임금은 현재의 저임금 빈곤 해소 취지도 있지만 일하는 노동자들이 해고나 구조조정을 겪을 때 받는 실업급여 지급의 기준이 된다. 또한 최저임금은 청년고용 및 장애인고용할당 미적용 사업장에 물리는 과태료 기준도 된다. 여성의 출산 및 육아휴직 급여의 기준이 최저임금이기에 모성보호 향상의 척도다. 게다가 임금에 비례하여 국민연금이 책정되니, 65살 이후 노후 빈곤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한 만큼, 쟁점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얼마까지 올릴 것인가’에 있다. 대통령 공약대로라면 앞으로 3년 동안 해마다 15.7%가 올라야 한다. 작년 5월 서울시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76.2%나 되는 시민(1천명)들은 최저임금이 낮다고 응답했다. 다만 최저임금 향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영세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대책도 같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이런 제도 한번 고민해보자. 재벌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추거나 리모델링 비용을 분담하면 어떨까. 그 밖의 5인 미만 개인사업체는 인건비 지원을 검토하면 어떨까.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평균 상승률 이상의 추가 인상분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30인 미만 영세사업체에는 건물 임대료, 사회보험, 세무컨설팅, 지방세 인하 등 포괄적 간접지원은 어떨까. 만약 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업이 확인된다면, 노동자들과 동일하게 ‘자영업자 실업급여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매번 현실 가능한 제도만 고민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도 인간다운 삶, 즉 안정된 생활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수준(just pay)에서 최저임금이 논의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인권을 향유할 수 있는 정도의 적정한 임금으로, 혹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