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제주도에서 열린 제2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제주/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2차 연차총회에 참석해 “끊겨진 경의선 철도가 치유되지 않은 한반도의 현실”이라며 “남과 북이 철도로 연결될 때 새로운 육상, 해상 실크로드의 완전한 완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추구하는 아시아 인프라 개발사업과 연계해 남북 간 철도 연결 추진을 시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고대 실크로드가 열리니 동서가 연결되고, 시장이 열리고, 문화를 서로 나누었다. 아시아 대륙 극동 쪽 종착역에 한반도가 있다”며 실크로드와 경의선을 연결지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가 아시아의 안정과 통합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한국의 역할과 관련해 “한국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 개도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겠다”며 “한국이 개도국과 선진국을 연결하는 교량 국가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를 두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에 우호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로, 지난해 1월 자본금 1000억달러(약 113조6천억원) 조성을 목표로 출범했다. 현재 77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회원국 중 5번째로 많은 4.0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밝혀온 ‘일대일로’(신실크로드) 구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은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무역망을 묶는 일대일로 구상을 위해 교통·에너지 인프라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지로 이 기구의 역할에 힘을 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향후 20년간 아시아 개도국들의 인프라 투자 수요는 연간 1조7천억달러에 달한다”며 “높은 인프라 투자 수요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워진 각국의 재정 여력을 감안할 때, 아시아지역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그 의미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 인류는 정치, 안보,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저는 아시아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전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주제로 삼은 이번 연차총회는 새 정부 출범 뒤 국내에서 열린 첫번째 대규모 국제기구 행사다. 이날 기조연사로 나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포용적 성장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확충은 이번 총회의 핵심 테마인 지속 가능한 인프라와 연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을 만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통한 상호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중국 재정부장과 국내 경제수장의 만남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최근 미국이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움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애초 57개국으로 시작해 77개국으로 회원국이 늘었고, 올해 안에 회원국 수는 85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총재는 이날 “우리 회원국들은 모두 파리협약 가입국들”이라고 말해 환호를 받기도 했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이 탈퇴한 파리협약 이야기를 강조하며, 미국에 대한 견제를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제주/방준호 기자,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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