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첫날 파격과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20년간 경제개혁운동을 한 시민운동가답게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에 한치 후퇴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벌개혁은 검찰개혁과 달라 몰아치듯이 안 한다”며 ‘합리적 개혁론자’로서 면모도 보였다.
김상조 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가 확립되지 않으면 양극화 해결과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며 “이를 위한 노력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고, 한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업 관련 사안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예측할 수 없는 일도 많다”면서 “재벌개혁은 검찰개혁과 달라 몰아치듯이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13일 임명장을 받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들에게도 이런 뜻을 밝혔다”며 “대통령이 ‘경제개혁이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드는 것임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개혁은 서두르지 않고, 일관되면서도 예측가능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4~10대그룹 중심의 재벌개혁 방안을 다음주에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또 “공정위의 목적은 경쟁 촉진으로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것이지 (경제적 약자 등)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는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주,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괴리를 좁히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해서 합리적 안을 준비해 국회와 진정성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직원들의 기강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사회와 소통은 중요하지만 조직의 업무상 기밀이 비공식적인 통로로 외부에 유출되는 것은 곤란하다. 공정위 퇴직자나 로펌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반드시 기록을 남겨달라”고 당부했다. 삼성물산 신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김학현 공정위 전 부위원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의 유착논란이 제기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한 간부는 “재벌개혁과 공정거래 업무를 잘 알고 대통령 신임도 두터운 만큼 공정위 조직과 업무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위원장 취임사에서 퇴직자, 로펌 변호사와 접촉을 자제하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했다. 4대그룹 임원은 “공정위가 곧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긴장감을 나타냈다. 반면 10대그룹 고위임원은 “개혁의 칼을 마구 휘두르는 사람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합리적 개혁론자’로서의 면모에 기대를 나타냈다. 대형로펌은 공정위 조사 강화에 따라 기업 관련 일감이 늘어날 것에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공정위 직원과의 접촉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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