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AI 의심에도 곳곳 신고 않거나 은폐해 화 키웠다

등록 2017-06-05 13:11수정 2017-06-06 09:53

3주전 정읍 농장 닭 30마리 폐사
군산농장도 수의사 왔지만 미신고
중간상인·소매상들도 당국 안알려

전국 9개 시·군에 의심 종계 유통
경보 최고수준 ‘심각’단계 상향
정부, 미신고 농가에 제재 강화
문 대통령 “총리 책임하에 비상대응”
지난 2월 경기도 고양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경기도 고양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제주에서 발견된 조류인플루엔자(AI·에이아이)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 것으로 확진됐다.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떨어지는 초여름이지만, 전파력이 강한 고병원성인 만큼 확산 우려가 커져 정부가 위기경보를 최고 수위로 올리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5일 제주에서 최초로 에이아이 의심 신고를 한 농가와 중간유통상 양쪽에서 채취한 에이아이 바이러스 샘플에 대해 정밀 검사를 한 결과, 고병원성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농림축산식품부, 국민안전처, 행정자치부, 환경부 등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이날 밤 12시부터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에 설치된 방역대책본부가 범정부적인 중앙사고수습본부로 확대되고, 전국의 모든 주요 도로에 거점소독시설이 설치돼 이동 통제가 강화된다. 또 가금류 종사자 및 차량 일제소독을 위해 7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 일시이동 중지 명령을 발동할 계획이다. 다만 육계농가는 에이아이 발생 빈도가 낮고 사육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이동중지 명령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전날까지 에이아이가 발생한 제주, 전북 군산, 경기 파주, 경남 양산, 부산 기장 등 5개 시·군 외에 울산 울주군에서도 추가로 에이아이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울주 역시 감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군산 종계농장에서 구매한 오골계에서 에이아이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군산 농장의 오골계 유통 경로가 추가로 확인된 지역은 경남 진주, 충남 서천, 전북 군산·전주 등 4개 시·군이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서도 에이아이가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당 가축을 추적·폐기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에이아이 관련 대책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조류독감 발생 계절이 지난 것 같은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며 “우선 초동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국무총리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종료시까지 비상대응을 하라”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특히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우리 땅에 상주하며 변이하는 상태 아닌가 의심이 들고 있는 수준이므로 백신 문제를 포함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전국 6개 시·도로 에이아이에 감염된 오골계가 유통되기 이전에 정부가 에이아이 재발을 먼저 파악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조사 결과, 군산 종계농장은 지난달 14일 충남 천안 소재 농장에서 전북 정읍 농장으로 오골계 150마리를 중계 판매했고, 이 중 30마리가 폐사해 정읍 농장에서 나머지 120마리가 군산 농장으로 반품됐다. 농식품부는 “이때 정읍 농장이나 군산 농장 모두 방역당국에 신고를 했어야 하지만, 하지 않았다. 해당 농장주는 에이아이라고 의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며칠 뒤부터 군산 농장에서도 대량 폐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농장주는 5월30일 수의사를 불렀지만 수의사는 감보로병 또는 콕시듐병이라고 진단을 했다. 수의사 역시 방역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그사이 군산 농장의 오골계는 전국 각지에 유통됐다. 제주에서 오골계 500여마리를 사들인 유통상인 농장에서도 집단 폐사가 발생했지만 방역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결국 최초 신고는 제주의 재래시장에서 자신이 소비할 생각으로 오골계 5마리를 산 소규모 농가에 의해 2일에서야 이뤄졌다. 최초 오골계 집단폐사가 목격된 지 2주가량이 지난 뒤다.

농식품부는 “이번 에이아이는 중간 유통상인과 재래시장을 매개로 퍼진 것이 특징”이라며 “대규모 농장이나 전문사육농장의 경우에 비해 중간유통상인이나 재래시장 소매상, 소규모 농장은 당국의 파악도 어렵고, 신고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중간 유통상인의 경우, 사육농장에서 가축을 사와 바로 시장에 팔아야 되는데 에이아이 신고가 이뤄지면 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제대로 된 거래내역을 작성하지 않고 유통을 하는 등 검역본부가 유통 기록을 확보하기 어려워 에이아이 감염 의심 가축의 유통경로를 추적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축거래상인이 거래내역 기록을 제대로 작성·보관하지 않는 등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에는 1회 10만원의 과태료(2회는 50만원, 3회 이상은 200만원) 부과에 그친다.

정부는 앞으로 가축전염병예방법 등을 개정해 가축전염병 의심 신고를 하지 않거나 지연한 농가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10㎡ 미만의 소규모 가축사육시설도 축산업 등록 대상으로 확대하는 등 방역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승 정유경 기자 rais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배민 배달료 통합개편안에 라이더들 “기만적 500원 삭감” 반발 1.

배민 배달료 통합개편안에 라이더들 “기만적 500원 삭감” 반발

영업적자 낸 LG·삼성 배터리 “투자 축소” 2.

영업적자 낸 LG·삼성 배터리 “투자 축소”

사고기 양쪽 엔진서 가창오리 깃털 확인…항공기 복행하다 조류 충돌 3.

사고기 양쪽 엔진서 가창오리 깃털 확인…항공기 복행하다 조류 충돌

무디스, 삼성전자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조정…“기술 리더십 약화” 4.

무디스, 삼성전자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조정…“기술 리더십 약화”

첫 상장 ‘미트박스’ -25%…올해도 공모주 뒤통수 맞나? 5.

첫 상장 ‘미트박스’ -25%…올해도 공모주 뒤통수 맞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