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맞춰 기업들이 새 정부의 주요 정책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확대, 골목상권 침투 등 거센 사회적 비판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정책들의 방향을 속속 전환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새 정부가 중점을 두는 비정규직 축소, 정규직 확대 등 일자리 관련이다. 이마트위드미는 22일 우수 가맹점주 가운데 본인이 원하는 경우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제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마트위드미는 정규직으로 채용된 가맹점주의 점포 운영 기간을 근속 연수로 인정하고, 종합검진·학자금 지원 등 본사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복리후생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채용된 가맹점주는 편의점 운영관리 노하우를 본사 직원, 신규 가맹점주와 공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마트위드미 관계자는 “이번 채용은 업계 최초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성장하는 새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1일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는 협력업체(하청업체)에 소속돼 초고속인터넷 등의 설치·수리 업무를 해오던 직원 5200여명을 새 자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한다고 밝혔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그동안 전국적으로 103개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어 관련 업무를 맡겨왔다. 22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에스케이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는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직접고용은 노동조건 개선, 고용불안 해소, 고객에게 질 좋은 서비스 제공 등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비슷한 협력업체가 있는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를) 따라서 직접채용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일단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있는 설치기사 가운데 협력업체 직원이 되길 원하는 분들을 파악해서 그렇게 전환하는 것부터 시행하고, 직접채용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과 관련된 움직임도 나왔다. 케이티(KT)는 이날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는 중국 차이나모바일, 일본 엔티티(NTT)도코모에 각사 고객들이 한·중·일 세 나라에서 각사의 와이파이 로밍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자고 지난 20일에 제안했다”며 “두 회사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올해 안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케이티 고객들은 중국과 일본에서 제휴 통신사의 와이파이망을 무료로 쓸 수 있게 된다. 이번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 통신비 인하 8대 방안’ 중 하나였던 ‘한·중·일 로밍요금 폐지’ 공약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음성·데이터 로밍 요금 전면 폐지이고, 케이티는 데이터요금 가운데 일부 와이파이망 무료화다. 케이티 관계자는 “전면 폐지에는 못 미치지만, 한발짝은 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도 ‘골목상권 보호’를 강조하는 새 정부 정책에 맞춰 신중한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경기도 부천 영상복합단지에 추진하려던 백화점 건립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부천시와 신세계는 애초 지난 12일 상동 백화점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신세계 쪽의 요청으로 결국 취소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주변 상인 등의 반발이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일방적 강행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신세계는 애초 복합쇼핑몰을 지으려다 상인들의 반발로 백화점만 짓는 것으로 사업 계획을 수정했지만 반대 여론이 계속돼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있어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 정부가 출범한 것이니 기업도 사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이나 방향이 나오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도 공약에 제시됐던 정책이 구체화하면 이를 기업 활동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김소연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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