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사임 이후 대선 출마설, 킹메이커설 등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홍 전 회장이 <중앙일보>와 <제이티비시>(JTBC)가 공동 추진하는 ‘리셋코리아’ 기획과 관련한 외부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대선 출마설을 강력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중앙일보와 제이티비시의 국가개혁 기획인 리셋코리아 참가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홍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22일 저녁 서울시청 근처 유명 한식당에서 열린 리셋코리아 참여자 상견례 모임에서 외부 인사들이 대선출마설의 진위를 묻자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당시 모임에는 홍 회장 외에 리셋코리아 13개 분과위원장과 운영위원, 중앙일보 간부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한 외부 참석자는 “참석자들은 리셋코리아가 혹시 홍 회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된 것인지 궁금해했다”며 질문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1월 리셋코리아 분과위원회가 열렸을 때도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설이 다시 화제가 됐는데, 동석한 중앙일보 간부는 “국민이 2005년 삼성 엑스(X)파일 사건을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텐데 (홍 회장의 대선 출마가) 말이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간부는 또 “홍석현 회장이 ‘나는 평생 길거리에서 어묵 한번 사먹은 적이 없는 사람인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홍 전 회장이 삼성엑스파일 정·경·언 유착 사건과 대한민국 0.01% 최상위층에 속하는 ‘금수저’ 출신인 점이 대선 출마 시도에 결정적 장애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대선 출마보다는 다른 정치 참여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엑스파일 사건은 2005년 7월 <문화방송>(MBC)의 이상호 기자가 안기부의 도청 내용이 담긴 테이프를 입수해 삼성이 정치권과 검찰에 검은돈을 제공한 것을 폭로한 사건이다. 테이프에는 홍 전 회장이 1997년 대선 때 삼성그룹의 이학수 회장비서실장과 만나 신한국당 대선 주자들과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불법 정치자금 제공을 공모하고, 검사들에게 떡값이라는 명분으로 뇌물 제공을 논의하는 내용이 생생히 담겨 국민의 큰 분노를 샀다. 그는 사건 직후 주미 대사직에서 물러났지만, 검찰은 홍 전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리셋코리아 참여 인사는 “국민이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삼성의 정경유착에 크게 분노했는데, 정·경·언 유착 사건의 주역인 홍 전 회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용납하겠느냐”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스스로 말한 것처럼 최고의 학벌과 부, 명예를 동시에 가진 최상위층 출신이다. 그는 경기고, 서울대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땄다.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삼성코닝 부사장을 역임해 정치권·학계·재계를 두루 거쳤다. 홍 전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중앙일보그룹은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중앙일보, 제이티비시, 메가박스 등 37개 계열회사로 이뤄져 있고, 자산규모는 2조원을 넘는다. 홍 전 회장은 부친은 자유당 정부에서 법무·내무장관을 지냈고 3·15 부정선거와 관련해 옥고를 치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으로 생전에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홍 전 회장은 홍진기 회장의 4남2녀 중 장남으로, 광주고검장을 지낸 홍석조 비지에프리테일 회장, 삼성에스디아이 부사장을 지낸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외교관료 출신인 홍석규 보광 회장이 동생들이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누나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카다. 한 중앙일보 간부는 “홍 전 회장이 사임 전에 회사 주식을 자녀들에게 모두 물려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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