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이른바 ‘별을 다는’ 여성 임원 승진자를 보기 어려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까지 올해 30대 그룹 임원 승진인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시이오(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가운데 올해 임원인사를 한 18곳 234개 회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임원 승진자 1517명 가운데 여성은 37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30대 그룹 전체 직원들 가운데 여성 비중은 24%에 달하지만 임원 승진자 비중은 그 10분의 1에 그치는 것이다.
이마저도 초급 임원에 몰려있다. 여성 임원 승진자 37명 가운데 상무급이 34명이고 나머지 3명은 전무급이다. 하지만 전무 승진자 가운데 장선윤 롯데호텔 전무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총수 일가다. 조미진 현대차그룹 전무(인재개발원 부원장) 1명만이 재벌 총수 일가를 제외한 승진자였다.
포스코·현대중공업·엘에스(LS)·금호아시아나·대우건설·한국타이어 6개 그룹은 올해 여성 임원 승진자가 한 명도 없다. 올해 현대중공업은 96명, 포스코는 33명, 엘에스는 31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유통·식음료 기업들은 그나마 여성 임원들을 배출했다. 신세계그룹은 여성 임원 승진자 비중이 10.2%(5명)로 유일하게 10%를 넘었다. 이어 여성 승진자 비중이 높은 곳은 씨제이(CJ·5.7%), 현대백화점(5.0%), 롯데(3.8%)그룹이다.
한 대기업의 차장급 여성 직원은 “국내 대기업의 주력 분야가 대부분 제조업이다. 개선하고는 있다지만 근로환경이나 조직문화는 여전히 여성이 회사를 오래 다니기 힘든 게 사실이다. 역량을 보여줄 만큼 회사에서 근무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여성 승진 대상자조차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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