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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맞이에서 터져나온 목소리
영국서 시작된 ‘30%클럽’ 여성 임원 30%로
경단녀 단어는 유행해도 실효 대책은 없어
임금 격차 현실 알리려 3시 조기 퇴근 시위 지금 정도면 양성평등이 충분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들이밀 사실은 너무 많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남성이 100만원 벌 때 63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여성 임원 비율도 단골로 등장한다. 매출 상위 100대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2.3%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 임원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자는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이 캠페인은 ‘30% 클럽’이 주도하고 있고, 2010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2013년부터 활동해온 30% 클럽 한국지부는 지난해 말 ‘여성 임원 할당제’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여성 임원 할당제는 독일·프랑스·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실시중이다. 적극적 차별 시정 조처(affirmative action) 중의 하나로 채택돼 시행되고 있다. ‘30%’는 상징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평등 문제 전문가들은 적어도 조직 내에서 30%를 넘어서야 조직과 소통 방식, 인사평가 방식이 바뀔 수 있다고 한다. 기업들도 여성 임원 할당제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박주근 시이오(CEO)스코어데일리 대표는 기업 44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할당제가 도입된다면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냐는 질문에 90.9%가 긍정적 대답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여성 임원 비율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조처 중에 하나로 ‘동일 직무·직책, 동일 임금’을 주장한다. 직무 자체가 성차별적으로 주어지는 상황에서 여성 임원을 늘리자고 주장만 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여성 관리자들이 임원으로 올라가는 커리어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 친화적 기업임을 표방하는 기업은 많지만 여성도 남성과 같은 경력개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과 경영인이 성차별 해소를 비전으로 설정해도 구체적 정책과 체계가 없으면 해결되기 어렵다. 컨설팅업체 젠더앤리더십의 김양희 대표는 “여성 친화 기업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진짜 체화하고 소통을 하는 경영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와중에 희망적인 것은 성별 다양성을 주제로 교육이나 컨설팅을 하면 이해를 하고 구체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인지하는 기업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샘표, 풀무원, 유니베라, 라이나생명, 유한킴벌리가 30%클럽 캠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30% 여성 임원 비율 달성은 요원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여성 신입사원 비율이 그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요구이기도 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2016년 여성관리자패널 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5년 전체 승진 대상자 중 여성의 비율은 28.8%이다. 이 가운데 대리급에서 과장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여성 비율은 30.5%인데, 과장급에서 차장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비율은 17.1%로 13.4%포인트나 급락한다. 보고서는 “과장급까지 버틴 여성들이 이후 차장급에서 경력을 쌓지 못하고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차장급 승진 시기에 경력이 단절되거나 승진 대상이 되기 위한 평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하는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 실린 ‘여성 관리자 패널 중 퇴직자 심층 분석’ 내용을 보면, 경력단절 여성이 겪는 ‘돌봄노동’의 어려움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여성 관리자 퇴직 사유 1순위는 2010년에는 ‘업무 과중’이 1위였는데 2014년에는 그 자리를 ‘가정 내에서 자녀를 잘 돌볼 사람이 없어서’가 차지했다.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말은 유행했지만 정작 그와 관련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부족했던 것이다. 성별 임금 격차의 현실을 알리고 항의하기 위해 8일 오후 3시 여성 노동자 조기퇴근 시위도 진행된다. 이를 진행하는 ‘3시STOP공동기획단’은 “하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할 때 남성의 63%밖에 받지 못 하는 여성들은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을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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