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기간 석달새 부위원장·상임위원 등 부적절한 만남
‘합병신주 절반만 처분’ 유착 의혹…삼성 “특혜 없었다”
‘합병신주 절반만 처분’ 유착 의혹…삼성 “특혜 없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재편 과정에서 불거진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차례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 ‘로비’를 한 의혹이 불거졌다.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행정자치부에서 제출받은 ‘공정위 세종청사 출입기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 공정위가 삼성의 순환출자를 들여다보는 석달(9월8일~12월24일) 동안 삼성 직원들이 8차례에 걸쳐 공정위를 방문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공정위 부위원장과 상임위원, 경쟁정책국장을 한 차례씩 방문했고, 재벌 담당 부서인 기업집단과를 5차례 방문했다. 제 의원은 “전원회의 안건으로 삼성의 순환출자 문제가 상정된 상태에서 전원회의 참석자인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을 기업이 만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했다.
삼성 직원들의 방문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법으로 금지한 새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진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스디아이(SDI)는 합병 전 삼성물산(1155만주)과 제일모직(500만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삼성에스디아이는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신주를 받았다.
공정거래법은 합병에 의해 추가적 계열출자를 하면 취득 또는 소유한 주식에 대해 6개월 내에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 쪽은 9월8일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이틀 뒤 세종청사를 찾아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을 3시간 동안 만났다. 그해 공정위 부위원장이 기업을 만난 횟수는 5차례뿐이었다.
석달 뒤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추가 출자분 가운데 더 큰 추가 출자분만 해소하면 된다고 최종 유권해석을 내렸고, 삼성에스디아이는 합병 전 제일모직 주식에 대한 대가로 배정받은 합병 신주 500만주만 처분했다. 500만주 가운데 130만주는 이재용 부회장이, 200만주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샀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유권해석 결과 합병 신주 중 나머지 400여만주는 외부에 넘기지 않고 그대로 보유할 수 있었는데, 제 의원은 “공정위가 삼성 쪽의 편의를 봐준 결과”라고 주장했다. 제 의원은 “재벌들이 제 집처럼 공정위를 드나들며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다. 특검이 청와대-공정위-삼성의 유착과 특혜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비 의혹에 대해 삼성그룹은 “공정위의 유권해석에 대해 이견이 있었고 외부 전문가들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삼성은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500만주를 처분했다”며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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