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의원, 20대 국회서 발의
기업의 개인정보유출도 소송 대상에
“소비자에게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기업의 개인정보유출도 소송 대상에
“소비자에게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집단소송이 가능하다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죠. 개인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기업을 상대로 복잡한 과정을 오래 해야 하니까 몹시 힘듭니다.“
오랫동안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를 다뤄온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2일 집단소송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을 발의했다. 최 소장은 “가습기살균제특별법은 긴급한 구제를 위한 법이지, 배상을 위한 법이 아니다. 민사소송으로 기업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집단소송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자동차 급발진과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집단소송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집단소송법안은 18대 국회 때 4건, 19대 국회에서도 17건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사장당했다. 최 소장은 “정부가 여당인 새누리당과 함께 법안을 반대해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선 포괄적 집단소송법안인 박영선안과 소비자 권익에 일단 초점을 맞춘 서영교안에 이어 박주민안이 발의됐다. 박주민안은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거래도 집단소송이 가능하게 새로 포함시켰다.
집단소송은 같은 피해를 입은 이들 중 일부가 소송을 수행하면 별도로 제외 신고를 하지 않는 한 판결 효력이 피해자 전체에 미치는 집단 구제제도다. 소송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소송이 길어질까봐 포기하는 이들도 구제할 수 있다.
박주민 의원은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업의 부당한 행위로부터 다수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집단소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실은 “기존에 제출된 법안에서 문구가 모호한 부분을 고치는 등 현실적으로 소송이 가능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집단소송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이번 대선에 공약으로 넣으려고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소송제에 대한 관심은 기업의 제조물책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제의식과 함께 높아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뿐 아니라 자동차 급발진과 연비 조작 사건, 신용카드사나 대형마트의 개인정보 유출 등을 기업이 책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높다. 최인숙 참여연대 팀장은 “기업들은 소송이 남발된다고 집단소송을 반대할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