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5년 연속 매출 200조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이익의 주주환원에도 본격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24일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고, 3조8503억원 규모의 2016년 기말 배당을 결의했다.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주주환원 재원 가운데 남은 8조5000억원과 2015년 잔여 재원인 8000억원을 합한 규모로 진행된다. 주주 배당은 보통주 2만7500원·우선주 2만7550원으로 중간배당을 포함한 2016년 주당 배당금은 2015년에 견줘 약 36%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주주 배당은 계속 늘고 있다. 2011년 주당 5500원을 배당한 뒤 꾸준히 금액을 늘려 2016년분은 2만7500원을 배당한다. 6년 만에 5배 증가했다. 주식 3.54%를 보유한 이건희 회장은 1371억원, 0.6%를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은 231억원을 받는다.
배당과 비슷한 주주 가치 제고 효과가 있는 자사주 소각도 대규모로 실행하는 것은 외국인 주주 등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 엘리엇 계열의 헤지펀드가 현금 30조원 배당 등을 요구하는 공개편지를 보낸 것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2016·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매출이 2012년 200조원이 된 뒤 늘지 않고 있다. 배당 대신 투자를 통해 성장하는 게 삼성의 방식이라고 했는데, 더 이상 매출이 늘지 않으니 실망한 국외 주주들이 강력하게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증권사들을 상대로 2020년에는 매출 4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호조를 통해 매출 200조원에 턱걸이한 2016년 경영 실적을 내놨다. 2016년 4분기(연결기준)에 매출 53조3300억원, 영업이익 9조2200억원을 달성했고, 연간으로는 매출 201조8700억원, 영업이익 29조24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 고성능·고용량 제품 공급 확대에 따른 메모리 실적 성장으로 반도체사업에서 매출 14조8600억원, 영업이익 4조95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에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으로,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반도체가 만회해준 모양새다.
지난해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이 산업의 화두가 되면서 관련 투자가 증가해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승우 연구원은 “전 세계 경기가 하락하면서 반도체가 하락 사이클에 들어갔는데, 2016년 하반기부터 이상하다 할 정도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이 나왔다”고 했다. 갤럭시노트7 리콜과 단종으로 흔들린 삼성전자가 ‘알파고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추가 투자를 머뭇거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시설투자도 계획했던 27조원에 못 미치는 25조5000억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 발화 이슈 등 전사적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디램에서 점유율을 잃더라도 2016년 대비 설비투자 증가 없이 수익성을 올려가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한편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를 일으킨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에스디아이(SDI)는 지난해 2015년보다 31.3% 감소한 5조200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은 9263억원으로 전년(598억원)보다 15.5배나 증가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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