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CES 전시관 옥외광고. 삼성전자 제공
‘국제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자율주행차에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했던 ‘가전’은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시이에스를 장식한 주제는 ‘자율주행차’였다. 명색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이지만 혁신을 뽐내고 싶은 자동차 회사들의 침투는 거셌다. 2016년에도 기조연설자 8명 중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 등 2명이 자동차업계에서 나왔다.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올해 시이에스도 역시 첫 기조연설자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AI)과 함께 자율주행차에 대해 얘기할 것으로 보이며,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도 기조연설대에 선다.
하지만 세계 가전업계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는 ‘조연’ 역할에 만족할 수 없다며 채비를 단단히 갖췄다. 삼성전자는 참가 업체 가운데 가장 큰 2600㎡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해 ‘QLED TV’와 냉장고 ‘패밀리허브 2.0’을 전시한다. 개막을 앞둔 3일(현지시각)에는 라스베이거스 킵 메모리 얼라이브 센터에서 세계 각국 미디어가 모인 가운데 신제품을 공개했다. 새로운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큐엘이디(QLED)를 장착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큐엘이디 티브이가 밝기 변화에 따른 색 표현력을 측정하는 기준인 컬러 볼륨은 100%까지 표현하면서도 최고 밝기를 1500~2000니트까지 구현해 자연에 더 가까운 밝은 빛을 낸다고 설명했다. 1500~2000니트는 ㎡당 촛불 1500~2000개를 켜놓은 것 정도의 밝기를 의미한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김현석 사장은 “2017년에는 큐엘이디가 티브이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의 화질 경쟁은 무의미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 3세대 슈퍼 울트라 HD 텔레비전. LG전자 제공
엘지전자는 3세대 ‘슈퍼 울트라 HD-TV’ 신제품을 들고 나온다. 엘지전자는 독자적인 ‘나노셀’ 기술을 탑재해 색 정확도와 색 재현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고, 옆에서 보더라도 색 왜곡이 없다고 소개했다. 나노셀은 약 1㎚(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분자구조를 활용한 기술로, 극미세 분자들이 색의 파장을 정교하게 조정해 보다 많은 색을 한층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퀀텀닷이든 나노셀이든, 삼성과 엘지 양사는 이제 화질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자신한다. 자연에 가까운 화질을 보려면 자사 제품이 최적이라고 내세운다.
가전업체들이 모바일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티브이를 보던 시대가 지나고, 각자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로 영상을 검색해서 찾아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시이에스에 참가하는 다른 업체들은 티브이 대신 신기술 가상현실(VR) 기기를 가지고 나왔다. 자동차 등 다른 기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도 텔레비전만큼 커지고 있다. 가전 역시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도입해 다른 전자제품과 연동을 시도하고 있다.
8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올해 시이에스에서는 가전업체를 비롯해 인공지능·빅데이터·자동차 분야 기업들의 각축이 벌어진다. 가전의 혁신이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의 이종산업 간 혁신에 어떻게 대응할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0돌을 맞은 이번 행사에는 150개국에서 16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주변 도심 구간을 달리고 있는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현대차 제공
한편 현대자동차는 지난달부터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2대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주변 도심 4㎞ 구간을 달리게 하고 있다. 이번 시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야간 자율주행이 포함된 점이다. 야간 자율주행은 낮에 비해 센서의 감지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복잡한 도로 여건과 교통 정체까지 고려하면 시연이 더욱 어려운 조건이다. 현대차는 “고성능 레이더 센서와 사물 인식 카메라, 지피에스(GPS) 안테나, 고해상도 맵핑 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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