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기도 포천시 가정집에서 기르던 고양이 등이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해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에이아이 확진으로 판정이 나면, 3년 만에 포유류에서 감염 사례가 나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인체 감염 우려는 낮다고 보고 있지만, 고양이와 접촉한 사람에 대한 모니터링도 이어갈 예정이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 말을 종합하면, 지난 25~26일 경기도 포천 가정집에서 키우던 수컷 고양이 1마리와 길고양이 새끼 1마리가 잇따라 폐사체로 발견됐으며, 26일 고양이 주인이 경기도에 신고했다. 농림부는 “경기도 북부동물위생시험소에서 2마리에 대해 간이검사를 한 결과, 에이아이 양성이 나와 검역본부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만큼, 에이아이 감염 가능성은 크다. 길고양이 7마리(어미 1마리, 새끼 6마리)는 해당 가정집에 먹이를 구하기 위해 찾아왔으며, 폐사한 집고양이(수컷)와 가족관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집고양이 수컷 1마리와 새끼 고양이 6마리 중 3마리가 폐사한 상태다. 모두 검역본부에서 검사 중이다. 경기도는 살아있는 새끼 고양이 3마리를 확보한 상태이며, 어미 고양이 포획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선 2014년 개에서 에이아이 감염 흔적을 보여주는 항체가 발견된 이후 포유류에서 에이아이 감염 사례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고양이에서 지금 유행하는 ‘H5N6형’ 고병원성 에이아이 바이러스가 나온다면 야생조류나 바이러스가 묻은 쥐 등으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시는 알을 낳는 닭인 산란계 농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11월 하순에 이미 에이아이 바이러스가 발생한 곳이다. 고양이를 키운 가정집은 농가로부터 1km 근방에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에 큰 저수지가 있어서 철새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이란 특성도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고양이가 에이아이에 감염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며 “다만 에이아이에 감염된 고양이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다시 옮긴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인체 감염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지만 고양이와 접촉한 사람이 있는 만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접촉자에겐 일단 타미플루를 처방했으며 잠복기간이 지날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연 박경만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