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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중소기업 사회공헌 활동도 빠르게 진화한다

등록 2016-12-22 10:53

전담 조직·인력 갖춘 기업 늘어나고
기업 특성 맞춰 방식·유형 다양화
담당부서와 이사회 영향력 커져

인력·예산 부담 최대 걸림돌 꼽아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높여야”
아웃도어 업체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블랙야크강태선나눔재단이 지난 10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서 ‘희망 나무 심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블랙야크 제공
아웃도어 업체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블랙야크강태선나눔재단이 지난 10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서 ‘희망 나무 심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블랙야크 제공
국내 중견·중소기업에서도 사회공헌 활동 전담 조직과 인력을 두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 또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가 늘었고, 기업의 특성이나 활동 지역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의 방식과 유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지속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최근 발간한 ‘2016 중견·중소기업 사회공헌 백서’를 보면, 사회공헌 활동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2.8%가 사회공헌 활동 수행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회복지협의회는 2013년부터 매출 기준 501~1100위권 기업 600곳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백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올해로 네번째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가운데 234곳이 응답했으며, 이들이 지난해 사회공헌 활동에 들인 평균 비용은 약 3억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 비중은 0.07%로 전년도(0.054%)보다 소폭 높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조사 대상 기업들이 좀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오너나 일부 경영진의 의지에 좌우되는 사회공헌 활동에서 탈피해 기업 안팎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공헌 활동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응답 기업 중 41.5%가 ‘최고경영자(CEO)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이는 전년도 60.3%에 비해 약 20%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대신 ‘직원 및 담당부서 의견’이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49.0%로 전년도 38.4%보다 10.6%포인트 높아졌고, ‘이사회 의견’이 반영된다는 의견도 8.2%로 전년도 1.3%와 견줘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회공헌 전담 부서와 전담 인력을 둔 곳도 늘어났다. 응답 기업 중 사회공헌 업무만을 전담하는 직원을 둔 곳이 32.0%로 지난해 18.6%보다 크게 늘었다. 사회공헌 전담 부서를 두고 있다는 응답률도 7.9%에서 10.9%로 높아졌다. 사회공헌을 하나의 중요 가치로 인식한 기업들이 전담 부서와 인력 배치를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응답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꼽은 데가 67.3%로 가장 많았다. ‘회사의 미션과 철학’이나 ‘최고경영자의 의지’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은 응답은 각각 10.2%에 그쳤다. 중견·중소기업에서도 사회공헌은 시혜성 사업이 아니라 기업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공헌 활동 분야와 유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사회공헌 활동 분야에 대한 질문에 87.1%(복수응답)가 ‘사회복지’를 꼽아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예년과 달리 ‘학술·장학’(35.4%), ‘문화예술’(25.2%), ‘환경보호’(22.4%), ‘보건의료’(17.7%) 등 사회공헌 활동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활동 유형에서도 ‘현금 기부’로 응답한 기업이 지난해 78.1%에서 72.1%로 다소 준 대신, ‘임직원 자원봉사 경비 지원’, ‘현물 기부’, ‘사회공헌 프로그램 직접 운영’ 등 다른 유형들은 모두 증가했다. 사회공헌 활동 대상으로는 ‘아동·청소년’이 70.1%(복수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노인’(53.7%), ‘장애인’(40.1%), ‘다문화가정’(17.7%) 등의 차례였다.

한편, 사회공헌 활동 추진의 애로점으로는 ‘인력 및 예산 부족’(27.9%)과 ‘전담 부서 등 전문성 부족’(20.4%)을 꼽은 기업이 많았다. 이에 따라 응답 기업 10곳 가운데 8곳(80.3%) 꼴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고, 특히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구체적으로는 사회공헌 지출에 대한 세제 혜택 등 ‘물질적 지원’(36.4%)과 사회공헌인증제 등 ‘제도 마련’(26.3%), ‘정보 공유’(22.0%) 등을 꼽았다.

사회복지협의회의 백서에는 실태 조사 결과와 함께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사례들도 담겨 있다. 올해 소개된 사례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의 사업목적과 연계해 특화·전문화를 꾀하려는 노력이 눈길을 끌었다. 또 기업이 활동하는 지역 내 공공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계한 지역밀착형 사회공헌도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여신전문회사인 아주캐피탈은 2015년부터 금융회사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아주 든든한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 이해도가 낮은 은퇴 장년층의 금융사기 예방과 세대 간 금융 역량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주캐피탈이 직접 제작한 교재를 바탕으로 30여명의 전·현직 전문 금융인으로 구성된 강사들이 전국 곳곳에서 강연을 펼친다. 올해는 청년층으로 교육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다.

온라인 여행 전문업체 여행박사는 경제적·신체적 이유 등으로 여행을 다니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 여행을 지원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여가와 행복 추구권’을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회사 쪽은 설명한다. 지금까지 싱글맘과 자녀들, 소아암 환아와 가족들, 새터민, 다문화 결혼이주여성, 시각장애인 등 여러 소외계층에 국내외 여행을 지원했다.

아웃도어 전문 제작업체인 블랙야크는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내세우며 환경보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월 블랙야크 임직원들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중국의 쿠부치 사막에서 600여그루의 나무를 심는 ‘희망 나무 심기’ 활동을 펼쳤다. 쿠부치 사막은 세계에서 9번째 큰 사막으로 매년 서울의 5배에 달하는 면적에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이다. 블랙야크는 2013년 사회복지법인 ‘블랙야크강태선나눔재단’과 재단법인 ‘블랙야크강태선장학재단’을 설립해 각 영역에 맞는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지역 사회와 공유하거나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 성남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영상·음향기기 제조업체 가온미디어는 성남 지역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성남시 소재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성남시의 사회적 기업과 자매결연을 맺어 경영컨설팅과 물품 구매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신입 승무원 채용 때 다문화가정 및 보훈 대상자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지역 인재 발굴 오디션인 ‘잡영 챌린지’ 등을 통해 모집 인원의 33%(46명 중 15명)를 본사가 위치한 전라북도 출신 인재로 선발했다.

양송희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정보센터 과장은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미션과 연계되어야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노동조합이나 사내 봉사동호회 등 임직원 단체와 유기적 관계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핵심 경영 활동의 하나로 간주해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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