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2천만마리 넘어서…76%가 알 낳는 닭
충남 천안시는 90% 살처분, 사육기반 붕괴
산란계 20% 사라져…육계 0.8% 살처분과 격차
청소 어렵고, 인력·차량 이동 빈번해
AI 감염 가능성 높아…이마트 ‘1인1판’ 구매제한
충남 천안시는 90% 살처분, 사육기반 붕괴
산란계 20% 사라져…육계 0.8% 살처분과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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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감염 가능성 높아…이마트 ‘1인1판’ 구매제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살처분 피해가 ‘알을 낳는 닭’(산란계)에 집중돼 ‘계란 대란’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살처분 4마리 가운데 3마리가 산란계여서 계란 생산의 기반이 붕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살처분된 닭·오리는 1921만마리, 163만9천마리는 진행 중에 있다. 살처분 대상이 2000만마리를 넘어섰다. 알을 낳는 산란계 피해가 가장 컸다. 살처분을 끝낸 닭·오리 1921만마리 중 산란계가 1451만3천마리로 76%를 차지했다. 전체 농가에서 사육 중인 산란계의 20.8%가 사라졌다. 충남 천안시의 경우 산란계의 90%가 살처분된 것으로 조사돼 사육 기반이 붕괴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고기용 육계의 살처분 비율이 전체의 0.8%에 그친 것과는 큰 격차가 나는 것이다.
이처럼 산란계 피해가 집중된 것은 닭들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케이지로 된 닭장에 갇혀 사육되는데다 농가 규모가 대형화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번 감염이 되면 살처분 마릿수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축산법을 보면, 산란계를 기준으로 닭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이 A4 용지(0.062㎡) 한 장도 되지 않는 0.05㎡다.
다른 이유도 있다. 치킨·삼계탕 등 닭고기 용도로 소비하는 육계도 밀집 사육에 대형화돼 있지만 이번 에이아이 사태에선 피해가 적은 편이다. 국내에선 육계가 산란계보다 사육 마릿수는 더 많지만, 육계 살처분은 61만3천마리에 그쳤다.
이런 피해 규모 차이는 사육방식 등의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정도 키워 출하하는 육계는 주기적으로 축사 소독이 가능하지만, 산란계는 1년 이상 키우며 계란을 낳다 보니 상대적으로 방역에 취약하다. 또 사료 공급 등의 과정이 대부분 자동화된 육계 농가는 병아리를 축사에 넣어 키운 뒤 한 번에 출하해 외부 접촉이 적다. 반면 산란계 농가는 계란을 꺼내기 위해 수시로 차량과 인력이 오가다 보니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크다. 농림부 관계자는 “대규모 육계농장은 사람과 차량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에이아이 발생률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란 파동’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산란계가 병아리에서 자라나 첫 계란을 낳는 데 6개월 정도 걸리는데다 에이아이 기세가 아직도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항공기를 통해 계란을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계란 가격과 물량, 공급 안정성 등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짙은 실정이다. 이에 농림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일시적 관세 인하 혜택 등을 논의 중이고, 항공운송비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캐나다·스페인·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접국인 중국·일본 등은 에이아이 발생국이어서 계란 수입이 불가능하다.
계란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롯데마트에 이어 이마트도 21일부터 전국 147개 점포에서 계란 판매를 ‘1인 1판’으로 제한하고 22일부터는 계란 판매가도 평균 6%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으로 기존 30개들이 한 판(대란 기준)에 6580원이던 소비자가는 6980원으로 올랐다.
정부는 에이아이가 발생한 전국 35개 보호지역 3㎞ 내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의 외부 반출을 21일부터 1주일간 금지하기로 해서, 가격 오름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35개 보호지역은 세종 4곳, 경기 22곳, 충북 1곳, 충남 6곳, 전남 2곳 등이다.
김소연 김은형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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