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국확산 비상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살처분된 닭·오리가 1천만마리를 넘어설 예정이다. 역대 최단기간에 최대 피해가 나는 상황이 우려된다. 정부는 에이아이 확산을 막기 위해 13일 0시부터 15일 0시까지 48시간 동안 전국 가금류 관련 사람·차량·물품 등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스탠드 스틸) 결정을 내렸다. 이번 에이아이와 관련해 세번째 이동중지 명령이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이날 0시 현재 확진과 예방 차원에서 도살 처분된 닭과 오리는 887만8천마리로 집계됐다. 여기에 154만1천마리가 추가로 살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에이아이 발생 27일 만에 살처분 규모가 1천만마리를 넘어서는 것이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국에 사육 중인 가금류가 1억5504만마리(닭 1억4627만마리, 오리 877만마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6%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살처분 규모로만 따졌을 때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14년(1400만여마리)을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1월16일부터 7월29일까지 195일 동안 에이아이가 확산되면서 212건이 확진되고, 1396만1천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번엔 확진 건수가 43건인데도 살처분 규모가 1천만마리가 넘었다. 농림부 관계자는 “2014년 때는 오리 농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알을 낳는 닭인 산란계 농가 피해가 크다. 산란계 농가의 경우 규모가 대형화돼 있어 확진 건수에 비해 살처분 마릿수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란계 닭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닭장에 갇혀 사육되고 있어 피해가 크다. 실제 살처분이 끝난 887만8천마리 중 산란계가 596만마리로 67%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확산된 바이러스를 살처분으로 막기에는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농림부 관계자는 “살처분은 감염된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다. 에이아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동중지, 소독, 살처분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종·전남 등 23개 시군으로 확산
2년전 1400만마리 처분 넘어설듯
확진 43건인데 피해규모 큰 이유는
밀집사육 산란계 닭 67% 달하고
사전예방보다 농민 신고 의존탓
정부, 15일 0시까지 이동중지 명령 정부의 방역 노력이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에이아이는 빠른 속도로 퍼졌다. 전남 해남군, 충북 음성군에서 시작된 에이아이는 현재 전국 7개 시·도 23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127개 농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고, 228개 농가의 닭·오리가 살처분됐다. 정부는 에이아이 확진 농가를 기준으로 반지름 3㎞ 이내에서 이상 징후가 있는 가금류를 대상으로 살처분하고 있다. 살처분 보상금만 350억원에 달한다. 농가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육 기반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 최대 오리 산지인 전남 나주시 피해 농가의 ㄱ씨는 “보상을 현재 피해의 80%만 해준다고 한다. 앞으로 입식 허가가 날 때까지 적어도 6개월, 입식 이후 씨오리를 출하하려면 또 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며 “그때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날 피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ㄱ씨 주변 농가의 ㄴ씨는 “날마다 소독약을 안개 분사하는 등 애를 써왔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이웃 농가에서 확진이 되는 바람에 예방적 살처분을 당했다. 참담한 기분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피해가 커지는 데는 ‘H5N6형’ 바이러스의 강한 독성, 방역 체계 미흡, 정부의 느린 대응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H5N6형 고병원성 에이아이에 감염된 닭·오리 등이 일시에 폐사하는 등 강한 독성을 보이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2014년에 유행했던 H5N8형 고병원성 에이아이는 상당 기간 잠복기를 거친 뒤 임상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룻밤 사이에 한 농장에서 수백마리 또는 수천마리가 한꺼번에 폐사할 정도로 바이러스 독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에이아이가 발생하고 있지만 방역체계가 미흡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서상희 충남대 교수(수의학)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가금류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농민이 신고하는 단계에서는 이미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방출된 단계”라며 “농민 신고에 의존하는 방역시스템을 탈피하고 농장의 바이러스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부족도 큰 문제다. 12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시장·군수들과의 대책회의에서 원경희 여주시장은 “지금 일선 현장에서는 예방적 살처분 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예전과 달리 군 투입도 안 되고 매몰 작업 때 에이아이에 감염될 수 있다는 말이 돌면서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정부도 에이아이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에이아이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정부에서 실시했던 에이아이 대책에 보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원점에서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부는 에이아이 방역대책본부를 확대 개편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로 전환하기로 했다. 김소연 기자, 나주 수원/안관옥 홍용덕 기자 dandy@hani.co.kr
2년전 1400만마리 처분 넘어설듯
확진 43건인데 피해규모 큰 이유는
밀집사육 산란계 닭 67% 달하고
사전예방보다 농민 신고 의존탓
정부, 15일 0시까지 이동중지 명령 정부의 방역 노력이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에이아이는 빠른 속도로 퍼졌다. 전남 해남군, 충북 음성군에서 시작된 에이아이는 현재 전국 7개 시·도 23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127개 농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고, 228개 농가의 닭·오리가 살처분됐다. 정부는 에이아이 확진 농가를 기준으로 반지름 3㎞ 이내에서 이상 징후가 있는 가금류를 대상으로 살처분하고 있다. 살처분 보상금만 350억원에 달한다. 농가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육 기반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 최대 오리 산지인 전남 나주시 피해 농가의 ㄱ씨는 “보상을 현재 피해의 80%만 해준다고 한다. 앞으로 입식 허가가 날 때까지 적어도 6개월, 입식 이후 씨오리를 출하하려면 또 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며 “그때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날 피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ㄱ씨 주변 농가의 ㄴ씨는 “날마다 소독약을 안개 분사하는 등 애를 써왔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이웃 농가에서 확진이 되는 바람에 예방적 살처분을 당했다. 참담한 기분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피해가 커지는 데는 ‘H5N6형’ 바이러스의 강한 독성, 방역 체계 미흡, 정부의 느린 대응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H5N6형 고병원성 에이아이에 감염된 닭·오리 등이 일시에 폐사하는 등 강한 독성을 보이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2014년에 유행했던 H5N8형 고병원성 에이아이는 상당 기간 잠복기를 거친 뒤 임상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룻밤 사이에 한 농장에서 수백마리 또는 수천마리가 한꺼번에 폐사할 정도로 바이러스 독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에이아이가 발생하고 있지만 방역체계가 미흡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서상희 충남대 교수(수의학)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가금류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농민이 신고하는 단계에서는 이미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방출된 단계”라며 “농민 신고에 의존하는 방역시스템을 탈피하고 농장의 바이러스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부족도 큰 문제다. 12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시장·군수들과의 대책회의에서 원경희 여주시장은 “지금 일선 현장에서는 예방적 살처분 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예전과 달리 군 투입도 안 되고 매몰 작업 때 에이아이에 감염될 수 있다는 말이 돌면서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정부도 에이아이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에이아이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정부에서 실시했던 에이아이 대책에 보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원점에서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부는 에이아이 방역대책본부를 확대 개편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로 전환하기로 했다. 김소연 기자, 나주 수원/안관옥 홍용덕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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