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잇단 인적분할…대기업이 바라는 건 ‘자사주의 마법’

등록 2016-11-30 17:08수정 2016-11-30 22:03

자사주에 의결권있는 신주 배정받으면 돈안들이고 그룹 지배
박용진 의원 등 10명 ‘분사 때 자사주에 신주배정 금지’ 법안 발의
오리온 등 대기업 상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 의식해 분사 속도
최근 이어지는 대기업의 인적분할은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증권업계 등의 취재를 종합하면, 잇단 인적분할의 배경으로 분사 때 자사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지목된다. 유진투자증권의 김준섭 애널리스트는 지난 23일 낸 보고서에서 “인적분할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다”며 “인적분할할 때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배정함으로써 자사주만큼의 지배력을 확보해놓는 동향을 감안할 때 지주회사로 전환할 니즈(수요)가 있는 회사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가치나 주주 이익 제고라는 공식 이유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에이피(AP)시스템, 오리온, 크라운제과 등을 포함해 여러 대기업이 잇달아 인적분할을 공시했다. 인적분할이란 분사전 기존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분사 방식을 가리킨다. 삼성전자도 29일 주주가치 제고방안의 하나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가는 30일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4.11% 오른 174만6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아이비케이 투자증권은 30일 낸 보고서에서 “향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확대와 관련해 삼성그룹과 이씨 일가의 절박한 의지가 엿보였다”고 평했다.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재벌 오너의 구상에서 ‘핵심고리’는 자사주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뒤 지주회사는 신설되는 자회사에서 의결권 있는 신주로 자사주 몫만큼 배정받는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 12.8%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 총수의 그룹 지배에 큰 도움이 안 되지만, 회사분할 뒤 지주회사가 사업부문 법인으로부터 자사주 몫으로 배정받는 신주에는 의결권이 있어 재벌 총수는 돈 안 들이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 ‘핵심고리’를 끊겠다는 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다. 박 의원 등 의원 10명은 지난 7월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기주식(자사주)을 활용해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편법적인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서는 신설법인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벌그룹의 자사주는 총수의 개인재산이 아니라 주주 모두의 재산이므로 자사주에 배분되는 신설법인의 분할신주 의결권을 총수가 자기 이익을 위해 행사하는 것은 주주공동의 이익에 반한다는 게 법 취지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여전히 심사 중이다. 대기업들은 여소야대 등 정치적 분위기상 통과될 가능성을 우려해 시급히 인적분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미 인적분할을 한 회사말고 인적분할 계획이 있지만 시행에 나서지 않은 회사는 이 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만에 하나 삼성전자 등이 구체적인 인적분할을 시행하기 전에 법안이 통과되면 총수의 그룹 지배 구상에 변수가 생긴다. 개정안 통과 전에 시급히 인적분할을 해도 추가 입법 등이 있을 수 있어 완전히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박 의원은 “삼성이 ‘왜 이재용인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만일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강행한다면 이번엔 자사주에 배정된 분할신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외국인 34거래일 만에 ‘삼성전자 사자’…주가 3.9% 상승 1.

외국인 34거래일 만에 ‘삼성전자 사자’…주가 3.9% 상승

건전재정 결과 ‘30조 세수펑크’?…경기악화 어쩌려고 ‘지출 15조 감축’ 2.

건전재정 결과 ‘30조 세수펑크’?…경기악화 어쩌려고 ‘지출 15조 감축’

‘뱅크런’ 넘긴 새마을금고…이번엔 가계부채 ‘복병’ 될라 3.

‘뱅크런’ 넘긴 새마을금고…이번엔 가계부채 ‘복병’ 될라

일주일 남은 미 대선, ‘트럼프’에 흔들리는 금리·환율·주가·금·구리… 4.

일주일 남은 미 대선, ‘트럼프’에 흔들리는 금리·환율·주가·금·구리…

벤츠 본사 “차량 배터리 안전 최종 책임자는 벤츠” 5.

벤츠 본사 “차량 배터리 안전 최종 책임자는 벤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