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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공식화…지배구조 개편 급피치 이유는?

등록 2016-11-29 17:40수정 2016-11-29 21:39

주주배당 강화·자사주 소각 등 이사회 결정
‘이재용 경영권’ 지주회사 검토도 들어가기로
박·최 게이트, 삼성물산 합병 논란 영향 촉각
20년간 진행된 승계 과정 전반 정당성 논란도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확립 작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다시 논란이 된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주주환원 강화 방안을 내놨다. 올해와 내년 연간 잉여현금흐름(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서 투자활동 몫을 뺀 것)에서 50%를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했다. 올해 배당이 4조원으로 확대되고 분기별 배당도 실시한다. 내년 1월 시작하는 자사주 매입·소각에는 6조원 정도 쓸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또 외부 최고경영자 출신 이사를 영입하고, 이사회의 결정과 제안을 감독하는 거버넌스위원회를 사외이사들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주주환원 강화는 지난달 5일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 내놓은 답이기도 하다. 엘리엇 쪽은 삼성전자 가치 증대 방안이라며 인적분할(지주회사-사업회사 분할)과 30조원 현금배당을 요구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다지는 데 외국인 주주의 제안이라는 명분을 얻고, 엘리엇은 주가 상승으로 실속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주주환원 강화보다 핵심적인 것은 지주사 전환 검토다. 삼성은 그동안 이런 전망을 인정하는 것을 주저했지만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화답하는 식으로 이를 공식화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외부 전문가들 자문을 받아 중립적 입장에서 지주회사를 포함해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검토에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지주사 설립은 인적분할로 회사를 지주회사(또는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율이 0.6%에 불과한 이 부회장의 상황과 연결된다. 이건희 회장과 계열사 등을 합쳐도 이 부회장 쪽 지분은 18.45%에 그치는 반면 외국인 지분은 50%가 넘는다. 시가총액이 260조여원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확대를 단순한 지분 매입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그런데 인적분할을 하면 기존 주주들은 두 분할 회사에 같은 비율의 지분을 갖는다. 이 부회장 쪽은 사업회사 주식을 내주고 지주회사 신주를 받는 현물출자로 지주회사 지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지주사는 자회사에서 의결권 있는 신주로 자사주 몫을 배정받는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비중이 12.8%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지배력 강화가 가능하다. ‘자사주의 마술’인 셈이다. 이를 제한하는 입법이 추진되는 점도 삼성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제일모직과의 합병 등을 통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23%)가 됐다. 금융 쪽에서는 삼성생명이 다른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며 역시 수직계열화가 착착 진행 중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합병을 다음 시나리오로 보는데, 삼성전자는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만 검토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이날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꼽혀온 삼성물산 주식은 8.63% 폭락했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앞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려 이런 작업이 순조롭게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이)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에서 눈앞의 일도 처리하기도 바빠 6개월 뒤 로드맵을 내놓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성이 드러나면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미 이 부회장에게는 1994~96년 이건희 회장이 준 44억원으로 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등을 굴려 결과적으로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대주주에 올랐다는 굴레가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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