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벌의 사익 편취 첫 검찰 고발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고
수익 높게 쳐주고, 수수료도 받지 않아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고
수익 높게 쳐주고, 수수료도 받지 않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수십억원에 이르는 부당 이익을 얻은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해 첫 고발 조처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와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조양호 회장 일가에 이익을 제공한 것에 대해 대한항공과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 챙기기 행태와 관련해 총수 일가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는 조양호 회장과 아들·딸 등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로, 각각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과 콜센터 위탁운영 등을 하는 회사다. 앞서 조 회장의 아들·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원태 부사장·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싸이버스카이 주식을 각각 33.3%씩 보유했으나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뒤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에 지분을 팔고 손을 뗐다. 또 조원태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유니컨버스는 올해 4월 콜센터 사업부문을 다른 계열사로 넘겼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대한항공과 유니컨버스 등에 14억300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처는 공정거래법이 개정된 지난해 2월을 기준으로 적용돼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2009년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이익에 견줘 적은 수준이다. 앞서 채이배 의원(국민의당)은 “싸이버스카이 설립 당시 17억원이 들었고 2015년 11월 회사를 매각할 때 63억원에 팔았다”고 지적했다. 총수 일가 3세들이 얻은 부당이익 가운데 회사 매각액만 따져도 46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박종배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제재 기간에 총수 일가의 부당이익 규모는 9억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이전 행위를 고려하면 (실제 부당이익 규모는) 37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14억여원의 과징금은 법적으로 개인이 아니라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이어서, 총수 일가의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정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수사 결과에 따라선 총수 일가에 대해 배임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총수 일가 회사가 부당한 이익을 얻은 방법은 다양했다.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가 운영하는 기내면세품 온라인 누리집의 광고 수주 등의 업무를 직접 수행했는데도, 이익은 싸이버스카이가 고스란히 챙겼다. 또 싸이버스카이에서 판촉물을 사들이면서 마진율을 3배 가까이 높여줬다. 대한항공은 콜센터 운영 업무를 맡은 유니컨버스에는 시설사용료 등을 과다하게 지급했다. 공정위는 2009년 대한항공이 콜센터 경험이 전무한 유니컨버스에 콜센터 업무를 위탁할 때, 유니컨버스의 최대주주인 조원태씨가 대한항공의 콜센터 담당 부서인 여객사업본부장을 겸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싸이버스카이 임원이었던 조현아 전 부사장은 검찰 고발을 피했다. 박종배 과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인해)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말 임원직에서 사임해, 일감 몰아주기 관련 법이 시행된 2015년 이후 이익과 관련성이 단절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진그룹 쪽은 “공정위 의결서가 공식 접수되면 법적 절차를 통해 소명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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