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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수천억원대 손해보면서…국민연금, 수상한 ‘삼성물산 합병 찬성’

등록 2016-11-20 22:44수정 2016-11-20 22:49

기존 ‘전문위 부의’ 절차 돌연 없애
12명 구성 투자위서 직접 찬반 표결
회의 열흘전엔 투자실장 교체 인사
새로 발탁된 인물은 찬성표 던져
재벌닷컴 “현재기준 5900억 손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연금이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조처의 정당성이 다시 의심받고 있다. 삼성그룹의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과 최순실씨 개인회사 별도 송금이 사실은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받기 위한 로비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압력성 전화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2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과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관행을 깨고 독단적으로 합병을 찬성해 논란을 낳았다.

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문위원회 부의’라는 선택지를 없애 삼성물산 합병 건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어갈 가능성을 낮췄다. 투자위 회의록을 보면, 과거에는 실무 부서에서 찬·반·전문위 부의 등을 일차적으로 결정해 올렸지만 삼성물산 합병 건은 실무 부서에서 결정하지 않고 투자위에 찬·반·기권 등을 물었다. 결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12명 위원으로 구성된 투자위원회는 전문위 부의라는 선택지를 뺀 채 표결에 임해 8명의 찬성표가 나왔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투자위 개최 열흘 전인 지난해 7월1일 단행한 인사도 의문을 남긴다. 당시 인사에서 투자위원으로 들어가는 대체투자실장이 ㅇ팀장으로 바뀌었고, 기존 실장은 자리를 옮겨 투표에서 배제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스카우트해온 팀장을 제치고 ㅇ팀장이 실장으로 발탁돼 내부에서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ㅇ팀장은 합병에 찬성했다. 또 투자위 위원 12명 중 3명은 홍 전 본부장이 지명한 인물들이다. 홍 전 본부장은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밀리에 만나 논란을 낳았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정기 인사였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홍 전 본부장은 기금운용위 회의에서 의결권행사 전문위에서 삼성물산 합병 건이 처리될 것처럼 밝혔다. 지난해 6월9일 열린 기금운용위 회의록을 보면, 그는 국민연금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에서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자 “의결권(행사)전문위에서 결정을 한다면 그것으로 최종 결정권한이 있다. 의결권행사지침을 기금위에서 결정을 해 (전문위에) 위임을 시켜줬다”고 밝혔다. 의결권 행사 권한이 기금운용위로부터 위임받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에 있다고 밝힌 것이지만, 그는 한달 뒤 국민연금 투자위를 열어 해당 안건을 자체적으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불리한 합병비율(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에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 큰 손실을 입었다. 시민단체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합병 비율에 따라 국민연금 손해액을 적게는 700억원(1:0.41·서울고법 결정)에서 많게는 4900억원(1:0.95·의결자문기구 ISS)으로 추정했다. 대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 덕분에 합병 삼성물산 지분을 늘릴 수 있었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들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더욱이 국민연금 보유 지분 가치도 합병 뒤 현재 기준으로는 5900억원이 줄었다. 재벌닷컴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11.61%)과 제일모직(5.04%) 지분 가치가 합병 전인 지난해 7월에는 2조1050억원이었지만, 지난 17일 합병 삼성물산(5.78%) 지분 가치는 1조5186억원으로 5865억원이 줄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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