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장에 박 대통령 쪽의 기업 압박 드러나
총수 수사·회장 연임 등 약한 고리 있는 기업들
비선실세·청와대 정책수석 전횡에 그대로 놀아나
총수 수사·회장 연임 등 약한 고리 있는 기업들
비선실세·청와대 정책수석 전횡에 그대로 놀아나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들을 압박해 금품과 이권을 뜯어내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는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재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직권남용의 피해자 격으로 설명된 대기업들은 “청와대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웠다”면서도 검찰의 추가 수사와 특별검사 수사를 앞두고 긴장된 분위기를 풀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수사로 드러난 이상 금품 제공 사실은 부인하지 못하면서도 음성적 이익 제공이 그다지 크지 않다거나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 지인 회사에 10억6천만원어치의 부품 납품 거래, 최씨가 실소유주인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어치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드러난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원래 수입품을 쓰던 부품인데 (부탁받은) 새 제품을 쓰게 되면 원가가 24% 절감되는 것으로 봤다. 또 광고료 중 플레이그라운드에 실제로 들어간 돈은 13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신문과 방송사에 지급된 광고료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는 롯데그룹은 70억원 ‘출연’ 과정에서 “청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롯데 관계자는 “수사 결과 발표에서 기업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대목이 있는데, 결국 안 해도 될 일을 했다고 해석이 된다. 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검찰이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독대한 권오준 회장이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를 받고, 나중에 대신 펜싱팀을 창단하기로 한 포스코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 앞으로 있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요구로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어치의 광고 일감을 몰아주고, 역시 박 대통령의 말을 들은 안 전 수석의 요구로 이동수 전무 등을 임원으로 앉힌 케이티(KT)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케이티 관계자는 “인사 청탁이 들어왔지만 전문가인지 검증을 하고 본부장에 앉혔다. 광고도 실제 플레이그라운드가 가져간 몫은 10%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공소장에 이름이 오른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직권남용의 ‘피해자’로 묘사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권위와 불이익 가능성 때문에 억지로 뜯겼다면 기업 쪽은 처벌을 피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급부를 고려해 금품을 제공한 것이라면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간수사 결과는 기업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삼성 등에 대한 조사가 결론이 나지 않았고, 앞으로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 판단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로서는 긴장의 고삐를 풀기 어렵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최씨 소유의 독일 회사에 280만유로를 송금한 대목은 공소장에 넣지 않았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소환조사했다.
한 기업 임원은 “앞으로 특검과 국정조사도 남아있다. 검찰은 기업들을 강압의 피해자로 간주했는데, 특검이 앞으로 어떻게 접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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