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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진해운 ‘퇴출’에 어른거리는 박근혜·최순실 그림자

등록 2016-11-20 10:38수정 2016-11-20 22:04

올림픽 마스코트, 진돗개로 못 바꾸고
미르·케이스포츠 출연 10억원 그치고
개폐회식장 공사 누슬리에 안 넘기자
조양호, 올림픽 조직위원장 쫓겨나고
한진해운, 법정관리 들어가 청산 중
한진그룹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기업으로 꼽힌다. 대한항공과 함께 한진그룹의 양대 기둥이었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회생절차)로 들어가 사실상 청산 중이고, 조양호 회장은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평창 겨울올림픽의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났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 두 사건이 박-최 게이트와 직접 연관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벌어진 일을 살펴보면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진그룹의 불운을 재구성해본다.

■ 2015년 7월, 독대 지난해 7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서 청와대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겸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에게 건배사를 통해 기업들의 후원금을 요청하라고 이야기했다. 조 회장은 이를 고맙게 받아들였다. 이 오찬 뒤 7월24~25일 박 대통령은 7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한 사람씩 따로 만났다. 조 회장과의 독대에서는 막 끝난 광주 유니버시아드와 2018년 평창 올림픽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조 회장은 당시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지원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15년 8월, 진돗개 2015년 8월30일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가 새끼 5마리를 낳았다며, 이 강아지들의 이름을 붙여달라고 썼다. 한 달 뒤 이 강아지들의 이름은 ‘평화’, ‘통일’, ‘금강’, ‘한라’, ‘백두’로 붙여졌다. 희망이와 새롬이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들어올 때 서울 삼성동의 이웃 주민들이 선물한 진돗개들이었다.

그 즈음 문화체육관광부의 김종덕 장관은 청와대에 평창 겨울올림픽의 마스코트가 호랑이(수호랑)와 곰(반다비)으로 결정됐다고 보고했다. 홍대 디자인학부 교수이자 디자인학회장을 지낸 김 장관이 취임한 2014년 8월부터 1년가량 심혈을 기울인 결과였다. 그러나 보고받은 청와대는 김 장관에게 마스코트를 진돗개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마스코트를 진돗개로 바꿔서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2016년 4월 조양호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과 함께 스위스 로잔으로 날아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을 만났다. 마스코트를 진돗개로 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바흐 위원장은 “개를 먹는 나라에서 개를 마스코트로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2015년 10월, 모금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으로부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에 대한 모금 요구가 왔다. 한진그룹은 미르에 10억원을 냈고 케이스포츠에는 내지 않았다. 한진은 10억원을 작은 금액이라고 생각지 않았으나, 한진보다 기업 규모가 작은 엘에스 15억원, 씨제이 13억원, 두산 11억원과 비교하면 작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 2016년 3월, 개폐회식장 평창 올림픽의 개폐회식장 공사는 2015년 11월 시작됐다. 그런데 2016년 3월 갑자기 문화부에서 조양호 조직위원장에게 ‘누슬리’와 한 건축가의 설계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들어보라고 요구했다.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조 위원장을 포함한 평창 조직위 관계자 40명이 시간을 내어 이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이미 공사가 시작된데다 기존 설계안의 아이디어와 너무 달라 적용할 수 없었다. 없었던 일로 됐다. ‘누슬리’는 최순실씨의 더 블루케이와 관계된 회사였다.

■ 2016년 5월, 경질 조양호 조직위원장은 5월2일 김종덕 문화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그를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김 장관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조직위원장을 그만두셔야겠습니다.” 조 위원장이 물었다. “이유가 뭡니까?” 다시 김 장관이 말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조 위원장은 “시원섭섭하군요”라고 말을 맺었다. 원래 식사 자리였지만, 두 사람은 만난 지 몇 분 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 날 조 위원장은 사퇴했다. 위원장을 맡은 지 1년 9개월만이었다.

■ 2016년 8월, 법정관리 조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그만두기 직전인 4월25일,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진해운이 현대상선보다 생존 확률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선복량(선박수송량) 세계 순위에서도 한진해운이 7위, 현대상선이 14위로 훨씬 앞섰다. 그러나 자율협약 신청을 전후로 상황은 급변했다. 5월에 한진해운이 새 해운동맹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그것으로 좋은 뉴스는 끝이었다. 7월엔 경쟁사인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을 조건을 충족해 생존이 확정됐다. 8월25일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8월30일 채권단은 추가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8월31일 한진해운은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일어난 물류대란에 대해 9월13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에 국내 수출입기업들에 큰 손실을 줬다”며 한진해운을 비판했다. 현재 한진해운은 노선과 터미널 등 남은 자산을 매각하는 사실상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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