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양·엔진’ 하나로 묶고
전기전자 등 나머지 5개사 분리
향후 경쟁력 확보 위한 자구책
로봇 부문이 현대오일뱅크 소유
전기전자 등 나머지 5개사 분리
향후 경쟁력 확보 위한 자구책
로봇 부문이 현대오일뱅크 소유
현대중공업이 주력인 조선업을 제외한 사업부문을 떼어내 모두 6개 회사로 분사하기로 했다.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이번 결정은 향후 비조선 부문 매각 등을 염두에 둔 대대적 구조조정 차원으로 풀인된다.
현대중공업은 15일 “이사회에서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사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분사는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의 마지막 단계에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이를 선제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대외 신인도를 제고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등 선박 건조와 직접 관련 있는 사업을 하나로 묶고, 나머지 비조선 사업 부문을 각각 떼어내 총 6개의 독립회사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전기전자 사업부문은 변압기·차단기 등을 생산하며 건설장비 부문은 굴착기·지게차 등을 만든다. 그린에너지 부문은 태양광 사업, 서비스 부문은 선박 인도 후 고객사에 사후관리를 해주는 사업을 한다. 분할기일은 내년 4월1일이다.
현대중공업이 밝힌 분사의 가장 큰 이유는 ‘생존’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한 울타리 안에서 운영해 왔으나 조선 위주의 사업 운영으로 비효율이 발생해 왔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올 4월과 8월 2개 회사를 분사했고, 그동안 현대기술투자 등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조선·해양·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분사되는 사업 부문 매출은 3조8천억원대로 전체의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력 규모로는 9월 말 기준 전체 2만3749명 중 19%인 약 4500여명이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 부문이 알짜 비상장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를 품을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업분할 방식으로 분사되는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회사가 차입금을 매출 규모에 따라 나눠가짐으로써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을 낮출 계획이다. 차입금은 11조원 규모다. 규모가 작은 그린에너지, 서비스 부문은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사돼 차입금을 나눠갖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사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새롭게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업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각각 사업부문이 각자의 밸류(가치)대로 가면 시가총액이 늘어나고 매출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자구책으로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한 뒤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돼왔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오일뱅크 매각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였으나,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오일뱅크 매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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