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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명실상부 삼성 최고사령탑 된 이재용…아버지 때보다 무거운 과제들

등록 2016-10-27 17:12수정 2016-10-27 22:28

삼성전자 임시주총서 사내이사 선임
그룹 장악 뒤 형식적 승인절차 넘어

갤노트7·새 성장 먹거리와 전략 등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이야기해야”
“원안대로 승인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땅땅.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7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임시주총장에서 의사진행봉을 힘차게 두드렸다. 이로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날 주총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이사회는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이사회에 합류하면 대외협력을 강화하고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수합병(M&A)과 신규사업에 나서는 등 주주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창업주 일가가 다시 삼성전자 이사진에 들어간 것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 비자금 특검으로 인해 경영에서 물러난 뒤 8년 만이다. 창업주 3세인 이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그룹의 최고사령탑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27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강당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프린팅사업부 매각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7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강당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프린팅사업부 매각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쓰러진 뒤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이 회장의 맏딸 이부진 대표가 경영하는 호텔신라는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배제됐다.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 등의 사업 부문을 떼고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대주주(17.2%)인 삼성물산이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로 떠올랐다. <이건희전>을 쓰는 등 삼성을 연구해온 심정택 경제 칼럼니스트는 “이 부회장이 인사권자로서 역할을 이미 하고 있는 상태에서 등기이사 선임은 법적 책임을 진다는 실질적 의미보다는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등극’은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당장은 세계 휴대폰 시장 최악의 리콜 사태를 불러온 갤럭시노트7 제품 불량으로 인한 ‘신뢰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룹 구조 재편을 계속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한편 미래 경영 전략을 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을 맡기 시작한 이후 자동차 전자장치,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신수종 분야에 투자를 늘려왔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5%, 29.7% 감소한 매출 47조8200억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이라는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스마트폰을 맡고 있는 아이엠(IM)부문은 대규모 리콜 비용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 그치며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이날 임시주총장 분위기는 갤노트7 단종의 책임을 묻는 주주들의 질문이 나오는 등 다소 어수선했다. 신종균 아이엠부문 대표는 “갤럭시노트7에 대한 전면적 조사는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끝까지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서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보다 더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부회장에 오른 지 8년 만인 1987년 회장으로 추대된 이 회장이 6년 뒤 ‘질 경영’을 핵심으로 한 ‘신경영’을 내세울 무렵 삼성전자는 아직 국내 시장 강자일 뿐이었다. 세계 시장에서는 반도체 공장을 만든 지 3년밖에 안 된 기업이었다.

이 부회장의 경우 2012년 부회장에 오른 지 2년 만에 아버지가 쓰러졌다. 삼성전자의 규모도 세계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졌다. 단기간에 최고 결정권자가 됐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더 많은 셈이다. 더구나 선두 업체의 혁신을 빠르게 뒤쫓아 성공하는 그동안의 ‘패스트 팔로’(빠른 추격자) 전략은 더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아버지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구호와 함께 끊임없는 변화를 주문하며 삼성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었다면, 그에게는 삼성을 글로벌 시장의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은 또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는 기업이 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또 노동조합을 불인정하는 삼성의 전통적 태도를 어떻게 할지도 관심사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갤럭시노트7의 폭발은 단순히 엔지니어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의 의사구조와 경직된 조직문화의 문제였다.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면 조직문화와 지배구조와 관련해 개선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삼성의 개선 방안은 월급 사장이 아닌 최고 의사결정권자 또는 외부에서 보기에 그런 위치에 있는 이(이 부회장)가 직접 이야기할 때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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