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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갤노트7 사태 수습, 철저한 원인 규명과 공개가 우선”

등록 2016-10-12 17:26수정 2016-10-12 22:25

갤럭시노트7 이상연소 문제 수습 방안
전문가들, 원인 규명과 신뢰도 회복 제안
“직원 책임만 물으면 비싼 과외비 날리는 셈”
“스피드경영과 독주에 문제 있었는지 돌아봐야”
12일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 모델 갤럭시노트7의 단종 결정 이후 처음 열린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회의에 참석한 계열사 사장들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서울 서초사옥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대부분 답변을 회피했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심경을 묻는 말에 “비통하다”고 짧게 말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매출 1위라는 자부심에 큰 상처를 받은 이번 사태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잃어버린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는 데 경영의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최고경영자가 전면에 나서 사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제품을 개선함으로써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한편으로, 기존 경영 방식에 대해서도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블룸버그뉴스>는 이날 미국 당국이 새 갤노트7의 교체된 배터리에서도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첫 리콜 때 일부 생산라인에서 나온 배터리를 이상연소의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새 제품에서도 문제가 생기면서 이상연소 원인은 미궁에 빠져버린 상태다. 박철완 전 한국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센터장은 “갤노트7에 채용된 최신 기술 상당수가 다음 모델에도 채용돼야 할 테니 단종과는 무관하게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브랜드를 신뢰해오다 이번 사태로 충격을 받은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세계적 히트상품인 ‘바비인형’을 만드는 마텔의 리콜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 마텔은 2008년 납 성분이 검출되는 등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한달에 무려 세 차례 리콜을 했다. ‘장난감 왕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다시 일어섰다. 분위기 반전은 최고경영자 로버트 에커트가 직접 방송뉴스에 출연해 리콜 요령을 소개하고 언론에 사과문을 실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사과문에서 납 성분이 장난감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든 3단계 조처를 설명하고, 부모들 마음을 헤아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자세한 안내를 담은 리콜 누리집도 만들고, 회사가 부담하는 리콜 우편 양식도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982년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사고 대응 사례를 예로 들면서, 삼성의 갤노트7 단종 조처는 ‘재산보다 소비자를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첫 번째 타이레놀 대응 원칙을 따랐다고 평했다. 그러나 다른 원칙인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불완전하다면서 삼성이 초기에 문제의 원인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으며 이후 배터리 제조 계열사를 탓했다고 지적했다. 존슨앤존슨은 리콜 사례가 거의 없던 당시 누군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해 7명이 사망하자 병 3100만개를 모두 수거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무료로 교환해줬다. 이 신문은 “존슨앤존슨은 문제를 브랜드 전체가 아닌 단일 제품으로 억제하고, 이어 집중적인 광고를 내보내며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가격을 할인했다”며 삼성도 비슷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타이레놀 브랜드가 재기 불능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런 노력과 제품 개선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이 1년 안에 거의 회복됐다고 했다.

직원들도 다독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에이치랩 대표는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갤노트7의 위기는 예를 들면 내부 커뮤니케이션 부족에서 나왔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직원들을 처벌하는 쪽으로만 가면 내부의 누구도 이 사건을 돌아보지 않게 된다. 모든 위기는 던지는 메시지가 있는데, 이번에 무엇을 배워야 할지 논의할 수 없다면 비싼 과외비의 대가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삼성의 강점이었던 ‘스피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나온다. <삼성웨이>를 쓴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스마트폰사업에서 애플을 따라잡은 것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핵심 부품을 내부화한 데서 나오는 빠른 개발 속도였다. 그러나 속도에 집중하다 보니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소화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스피드를 보완할 경영 방식을 고민할 때”라고 진단했다.

독주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배터리 관련 사업 경력 8년인 하영균 이파워그리드(전기자전거)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협력업체에 적절한 납품단가와 안정된 물량을 주지 않으면서 중소 배터리업체들은 기술 축적과 자동화에 실패했다. 이제 국내에서 삼성 요구 수준에 맞출 기업이 사라져버렸고 에이티엘(ATL) 등 중국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는 부품업체와 공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이 협력사들의 기초체력과 스피드를 동반해서 키우지 않고 너무 독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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