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워싱턴 방문 한은 총재-경제부총리, 통화·재정정책 ‘신경전’
이 총재 “재정건전성 톱클래스”
유 부총리 “가계부채 관리 가능”
이 총재 “재정건전성 톱클래스”
유 부총리 “가계부채 관리 가능”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현지시각)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톱클래스”라며 경제 성장을 위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같은 총회에 참석 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기준금리가 아직 (인하) 여력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워싱턴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 여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따라 환율·자금이동 변동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더욱이 완화정책 결과 자산시장, 부동산 시장에서 가계부채 문제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많이 커져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재정정책은 분명히 여력이 있다”며 “(국제기구 등은) 최근에 재정이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하면서 한국·독일·네덜란드를 언급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도 최근 그런 얘기를 했다. 통화정책 완화 기조는 유지하되 재정이 좀더 역할을 하고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고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걸린다. 고령화 등 인구문제, 생산성 향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정책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내년도 재정정책이 경기회복에 충분한지를 묻는 한 의원의 질문에 “정부가 내년 예산을 확장적으로 늘려 잡았지만 경기회복에 충분할 정도로 확장적이냐는 것은 제고의 여지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유 부총리는 같은날 워싱턴에서 “현재 한국 정책금리는 1.25%로 이론적으로 보면 통화정책을 더 사용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는 “금리인하가 가계부채 확대를 이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양적·질적으로 볼 때 현시점에서 가계부채는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에 3% 성장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현 상황이면 3%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 여러 변화 등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외부 요인의 발생이 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내년에는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워싱턴에서의 이 총재와 유 부총리 발언이 경기회복 책임을 둘러싼 통화·재정정책의 신경전으로 비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행은 따로 보도자료를 내어 “한은과 기재부는 경기상황 인식과 정책대응 방향에 대해 충분한 소통을 하고 있으며 이견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효진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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