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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돌아온 엘리엇, 이재용을 응원하나?

등록 2016-10-06 17:20수정 2016-10-06 21:39

삼성물산 합병 반대했던 헤지펀드
주총 앞둔 삼성전자 이사진에 서한
“지배구조 개편하고 30조원 배당하라”
이재용 부회장 승계 시나리오와 비슷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지난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반대했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분할과 거액의 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등기이사 선임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이 시험대에 선 가운데, 헤지펀드 개입 소식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5일 엘리엇 계열사인 ‘블레이크 캐피탈 엘엘시’와 ‘포터 캐피탈 엘엘시’가 보낸 서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합리화하고 주주 이익을 ‘환원’하라는 것이다. ‘주주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두 곳은 삼성전자 지분 0.62%(76만218주, 1조2855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 쪽은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라고 제안했다. 이사진에 외국인 등 최소 3인 이상의 다양한 이력을 가진 독립적 이사를 앉히라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분 0.59%만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이 대주주인 삼성물산(4.18%)과 삼성생명(7.43%) 등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까지 포함해 이런 특수관계인 지분이 18.15%에 불과해 소수 지분으로 글로벌 기업을 지배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엘리엇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엘리엇 쪽은 “삼성그룹 기업구조는 과거부터 자사주 보유, 여러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 고리 등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복잡하다. 폭넓은 기업 구조 개편 가능성을 둘러싸고 지속되는 불확실성은 (삼성전자의 가치를 올리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30조원(주당 24만5천원) 규모의 특별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지속적으로 잉여 현금흐름의 75%를 주주들에게 환원한다는 선언을 하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주가 관리와 배당에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자,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1조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하지만 엘리엇 쪽은 이 기간의 주가 상승 폭(약 20%)에도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삼성전자 주주인 핸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지분 0.12%)도 엘리엇 쪽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밍은 절묘했다. 엘리엇 쪽은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될 이달 27일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공격적 제안을 했다. 그러나 블레이크 관계자는 “이런 제안을 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 두 회사는 행동주의 펀드로서 예전부터 준비하던 제안 사항이 마련돼 서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제안 사항이 창업주 가족의 지배 지분을 유지하면서도 삼성그룹의 현재 기업구조를 단순화하여 … 주주가치 향상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며 경영권 공격 의도는 없다고 했다.

엘리엇 쪽 입장은 이익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다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분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 또 지난해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딴지를 거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거액의 특별배당 요구가 부담스럽지만, 삼성전자 또는 삼성물산을 지주회사화해 지배구조를 재편하고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지으려는 것으로 보이는 이 부회장 쪽 의도와 맞아떨어진다. 외국인 주주까지 지지하는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명분이 붙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다툼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합의해줬는데, 그런 과정에서 어떤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성전자는 “주주 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간단한 입장만을 내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엘리엇은 삼성이 자신들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는 물론 받아들이지 않을 때도 주가가 올라 이른바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엘리엇이 돈을 벌어가는 상황은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의 ‘재도전’에 따른 주주 이익 제고와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삼성전자뿐 아니라 지주사 전환 예상이 나오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4.45% 올라 사상 최고가인 169만1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 주가는 16만4천원으로 7.89% 뛰며 시가총액 3위로 뛰어올랐다.

이완 김효진 이정훈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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