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공정위, CJ그룹 일감 몰아주기 법인만 고발…또 재벌 봐주기

등록 2016-09-29 17:01수정 2016-09-29 21:20

이재현 회장 동생 회사에 100억원 이상 부당이익
일감 준 계열사인 CJ CGV만 과징금-검찰 고발
“총수 일가 지시나 개입 사실 찾지 못해”
재벌 일가도 처벌 규정한 조항 ‘사문화’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무딘 칼날을 뽑았다. 불법적인 일감 몰아주기를 한 재벌 총수 일가를 처벌할 수 있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발효됐지만, 씨제이(CJ)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법인만 고발하고 총수 일가에게는 면죄부를 줬다. 현대그룹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서도 현정은 회장 일가를 고발하지 않은 데 이어 또다시 ‘지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석연찮은 이유를 들었다.

공정위는 29일 씨제이씨지브이(CJ CGV)가 이재현 그룹 회장의 동생 이재환씨의 회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1억7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씨제이씨지브이 법인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씨제이씨지브이는 이재환씨가 2005년 7월 지분 100%를 지닌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하자, 기존 거래 중소기업과 거래를 끊고 이 업체에 스크린광고 영업대행 일감을 몰아줬다. 계약 조건도 과거보다 훨씬 유리하게 만들어줬다. 위탁극장 수(2003년 12개→2006년 42개)를 늘려주면서도 수수료율은 오히려 25%를 인상해 동생 회사로 가는 이익을 키웠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극장 체인인 씨제이씨지브이의 파격적 지원으로 7년(2005~2011년)간 약 102억원의 이익을 얻고, 스크린광고 영업대행시장 1위 사업자가 됐다. 공정위는 “지원 기간 동안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0.14%로, 광고대행업 평균 영업이익률(8.52%)의 약 6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씨제이씨지브이의 배임에 가까운 일감 몰아주기는 국민 일반의 이익도 침해하는 효과가 있다. 씨제이씨지브이의 2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지분 11.46%)이다. 씨제이씨지브이의 이익이 줄면, 국민의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8·15 특별사면을 받은 이재현 그룹 회장이나 이재환씨는 고발되지 않았다. 정창욱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이재현 회장은 이를 지시하거나 직접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이재환 대표는 지원 객체 제재 조항이 2015년 2월부터 적용됐기 때문에 이를 소급적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해석은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회사 이익 가로채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 2월 발효된 개정 공정거래법을 스스로 사문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한 총수 일가에게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총수 전횡의 피해자이기도 한 기업만 제재해서는 효과가 없다는 여론 때문에 신설된 내용이다. 하지만 재벌 총수가 직접 계열사 대표나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공정위의 봐주기식 태도는 대부분의 재벌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줄 가능성이 크다.

정창욱 공정위 과장은 “동생 회사와 거래가 있는 것만으로는 위법하지 않고, 직접 지시를 했는지 발견된 사실이나 증거를 가지고 (총수를) 제재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통상 고소·고발이 범죄의 확증이 없더라도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한 증거 발견과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런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