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결정 지지할 수도 없고, 정면 반대할 수도 없고”
정부의 사드 배치 강행으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우려되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면서도 내색을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12일 경제단체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의 갑작스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경제단체별로 주초에 열린 내부 회의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과 한국 경제가 입을 타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현재 중국 정부가 보이는 강경한 모습이나, 은혜나 원수는 반드시 갚는 중국인들의 기질로 볼 때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경제단체 간부는 “올해 성장률이 2% 중반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과 수입 비중이 모두 1위인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기업들이 더 어려워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단체들은 공식 입장 표명은 일절 하지 않고 당분간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기로 결정하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낸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그동안 각종 경제 현안과 관련해 기업들 입장을 적극 개진해온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대한상의·전경련·무역협회·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4·13 총선 직전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살리기’ 입법을 서둘러 처리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강행한 바 있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기본적으로 사드가 군사외교에서 시작된 문제라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 임원은 “대통령이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는 성황에서 반대한다고 말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는데 정부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말할 수도 없지 않냐”며 “하지만 앞으로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 경제의 타격이 현실화하면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중국이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언론이 보복 가능성을 부각시키며 과잉 반응을 보인다는 시각도 표출하고 있다. 전경련의 임상혁 전무는 “중국이 보복을 하더라도 과거 일본과의 영토 분쟁 때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것과 같은 전면적이고 직접적인 행동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하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함께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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