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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서별관회의 없애고 법적 실체있는 협의체가 대안”

등록 2016-07-06 17:25수정 2016-07-06 21:29

대우조선 구조조정서 여전한 관치금융 행태 드러나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80위권의 금융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는 우리 금융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 금융 질서의 변화 흐름을 외면하며 낡은 시스템과 관행에 안주해온 탓이다.” (2015년 8월6일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4개 개혁 가운데 하나로 금융 개혁을 강조했다.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협의회)는 반대로 흘러갔음을 보여준다.

6일 서별관회의 문건을 보면, 지난해 10월22일 열린 서별관회의는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과정의 대부분의 틀을 결정했다. 4조2천억원의 자금은 물론 신규 선수금환급보증(RG), 시중은행 금융 지원 등까지 판단했다. 그럼에도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지만 누가 어떤 주장을 펼쳤고, 어떤 논의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불투명’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과거 정부 때는 논의 결과물을 문서로 만들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전직 정부 관료는 “당시 강봉균 경제수석이 건의해 서별관회의가 만들어졌는데 회의 뒤에는 문건을 만들어 논의 결과를 각 부처에 보내 의견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등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 기관 간 협의체의 필요성은 상당수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하지만 협의체가 법적 실체가 있고 추후 공개되더라도 자료를 남기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에 앞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좋지만 결정을 누가 주도적으로 했으며, 문제가 됐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할지 등을 나중에라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경제학) 역시 “의사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든 할 수 있지만 결정이 이뤄진 점이 문제다. 나중에라도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꼭 필요하다면 앞으로는 회의록을 작성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서별관회의 개혁뿐 아니라 밀실 관치의 힘에 손쉽게 휘둘리는 ‘낙하산 인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밝힌대로 ‘상명하복’식의 논의가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정부가 입맛대로 인사권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기관의 장에 낙하산 인사가 오고, 그 기관에서 다른 기업으로 낙하산 인사가 내려가는 ‘낙하산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정부와 공공기관 간 기능적 협력과 수평적 견제가 이뤄지기 어렵다. 구조조정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공정한 판단이 필요한데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리는 것 자체가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어 이를 폐지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법을 마련해 공식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역시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에 따라 거시건전성 감독기구를 만든 것처럼 우리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이 모여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어 법에 따라 구조조정 절차를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나 유럽연합(EU)의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 등이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관이 다스리는 ‘관치금융’이 아니라 법에 따라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 ‘법치금융’이 중요하다. 금융위가 산업 관련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함께 담당하면서 ‘기업 육성과 생존’을 위해 금융 건전성보다 산업 정책을 앞세우는 등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의 산업 정책은 기획재정부에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에 넘긴 뒤 부처 간 논의하는 금융안정협의회를 설립해 부처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동시에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는 ‘법치금융’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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