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무제한 요금제’로 ‘요금 폭탄’ 걱정 없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듯하지만 실상은 이용자 태반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요금제를 선택해 통신요금을 과다 지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대신증권의 통신시장 전망 보고서와 미래창조과학부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1분기까지 엘티이(LTE) 서비스 가입자는 4293만명이다. 이 중 20%가량인 838만명이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해 있다. 무제한 요금제는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운데 월 5만9천원(세금 별도) 이상의 상품을 일컬었다.
보고서는 가입자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4.3기가바이트(GB)라고 밝혔다. 사용량 상위 1%는 77기가바이트, 상위 10%는 26.7기가바이트, 10∼20% 구간은 4.4기가바이트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사용량 상위 20%에 드는 860만명은 대부분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은 과장광고 논란으로 이통사들이 ‘무제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 요금제는 이통3사가 비슷하게 내놨었는데, 기본료는 5만9천원·6만9천원·8만원·10만원으로 구분되고 각각 데이터 기본 제공량은 11·16·20·35기가바이트 정도다.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 838만명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5.6기가바이트다. 무제한 요금제로 주어지는 데이터가 최소 11기가바이트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엘티이 서비스 이용자 중 데이터 사용 상위 10%(26.7기가바이트)는 데이터 소진율이 100%를 크게 웃돈다. 그러나 차상위 10%의 월평균 사용량은 4.4기가바이트에 불과해, 결국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의 반가량은 최소 제공 데이터의 반도 안 쓴다는 얘기가 된다. 보고서는 “838만명 가운데 400만명가량은 비싼 무제한 요금제를 쓸 필요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요금제 수준을 낮춰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지만 데이터 사용량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이익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용자들이 ‘요금 폭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제한 요금제를 택한다고 본다. 동영상·방송 시청, 게임, 음원 스트리밍 사용이 늘면서, 데이터를 얼마나 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한 두려움이 비싼 요금제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면서 대리점 권유로 공시지원금을 많이 받으려고 고가의 요금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통신사가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량 패턴을 적절히 안내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이용요금, 약정조건, 요금할인 등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 또는 고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설명 또는 고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정부가 법을 적극 해석해 실제 사용량을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면 불필요한 무제한 요금제 가입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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