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집무실 등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입구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멕시코-미국 출장중 본격 수사 대상으로
이달 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이후 귀국 방침
이달 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이후 귀국 방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출장차 멕시코에 이어 미국을 방문중이다. 전방위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그룹 총수가 외국에 머무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 회장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귀국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달 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끝나기 전까지는 귀국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 7일 출국해 11일까지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스키협회 총회에 참석했다. 신 회장은 대한스키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어 롯데케미칼과 미국 액시올이 합작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하는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14일)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동했다.
롯데그룹 임원은 “신 회장은 이달 말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서 곧바로 일본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롯데홀딩스 주총 뒤 귀국해 수사에 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만약 당장 귀국하면 롯데그룹의 다른 고위 임원들과 마찬가지로 출국이 금지돼 롯데홀딩스 주총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룹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수사를 계기로 일본 주주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오려고 이미 일본으로 출국했기 때문에 신 회장으로서도 주주들을 단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보유한 종업원지주회가 등을 돌리면 그룹 지배력을 일시에 잃게 된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상황도 중대한 국면이다.
통상 검찰이 대기업이나 주요 인물에 대한 공개 수사를 시작할 때 당사자가 국외에 체류중인 경우는 별로 없다. 도피를 막기 위해 국내에 있을 때 출국금지를 해두고 수사를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다른 그룹 총수들에 비해 외국에 체류하는 날이 많아 국내에 있을 때 수사 시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과 한국에 한 달씩 번갈아 머무는 ‘셔틀경영’을 했듯 신 회장도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모두 장악한 뒤로 일본에 머무는 날이 많았다. 가족들도 일본에 거주한다.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수사로 인한 경영 차질은 불가피하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황각규 그룹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 등이 출국금지로 인해 예정했던 외국출장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롯데는 미국 화학업체 액시올 인수 계획을 포기했고, 호텔롯데는 13일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며 상장 무기한 연기를 공식화했다. 호텔롯데는 상장 철회신고서에서 “최근 대외 현안과 관련,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화학과 면세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신 회장의 계획도 어그러지게 됐다. 지난해 삼성의 화학 계열사들을 인수한 롯데는 이달 초 액시올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또 호텔롯데 상장으로 5조원대 자금을 확보해 국내외 면세점 확장 등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 아시아 3위 호텔, 글로벌 5위권 테마파크 등을 목표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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