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기도 광명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에서 참가자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광명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지방정부협, 발전방안 모색 포럼 열어
행정과 민간 사이의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경제 영역서 다양한 역할 수행
관주도, 위탁, 민간으로 구분
자율성 있지만 정부 지원에 영향받아
관과 현장에서 절묘한 균형감 필요
“집행자보다 조정자 등으로 인식을”
행정과 민간 사이의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경제 영역서 다양한 역할 수행
관주도, 위탁, 민간으로 구분
자율성 있지만 정부 지원에 영향받아
관과 현장에서 절묘한 균형감 필요
“집행자보다 조정자 등으로 인식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란 기다란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동네반장 홍두식(김주혁)과 치과의사 윤혜진(엄정화)의 우여곡절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코미디 장르다. 영화에서 홍반장은 동네 주민들의 어려움을 샅샅이 파악해 직접 나서 해결해내는 만능 재주꾼이자, 지역의 다른 자원을 서로 연결해 주민들의 필요를 해결하는 연결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도 ‘홍반장’ 구실을 하는 조직이 있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지역자활센터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중간지원조직’이 바로 그들이다. 임경수 논산시 공동체경제산업단장은 중간지원조직을 이렇게 정의한다. “지역사회의 자립과 공생, 협력을 목표로 행정기관과 민간 사이의 중재, 민간과 민간 사이의 협력과 조정을 통해 부족한 민간의 역량을 보완하고 지원하기 위한 전문조직.”
중간지원조직의 업무 영역은 매우 넓다. 지역사회 내 사회적 경제 조직의 네트워킹과 교류 촉진, 정보 수집 및 제공, 경영 상담과 컨설팅, 조사연구, 인재육성 및 연수 기능, 기타 활동 지원 및 생태계 조성 등이다. 이밖에도 지역 현장에서 분출하는 사회적 경제 관련 현안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행정기관이 미처 소화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메우는 일도 중간지원조직의 몫이다.
하지만 중간지원조직을 만들기만 하면 이 조직이 지역사회에서 ‘홍반장’ 역할을 척척 해내고,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계적인 기대감은 곤란하다. 중간지원조직은 공공과 민간 사이의 모호한 자리에 있다.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추고 현장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형편에서 행정기관의 경직성을 닮아가 관료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간지원조직이 행정전달체계에 편입되어 단순한 정책전달 기능만 할수록 현장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오히려 또다른 ‘현장의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중한 업무에 비해 급여나 근로조건이 취약해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것도 중간지원조직들의 단골 고민 가운데 하나다.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선 중간지원조직의 체계적 운영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때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전국 35개 기초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인천시 부평구의 청소년수련관에서 사회적 경제 중간지원조직 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의 회원 지자체들이 지역의 일자리 문제와 복지, 지역 공동체 회복 등 각종 지역 과제의 해결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 주민의 사회적 조건과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10회째 이어온 포럼이다.
이날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사회적 경제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복지를 살피는 생산적 기지가 될 것”이라며 사회적 경제를 통한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부평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개관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부평에 소재한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송영석 전무이사는 부평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참여해 3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발족한 ‘부평협동사회경제협의회’를 소개하며, “부평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민간 중심의 민관협력체계를 갖춘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간지원조직은 설립 주체에 따라 관주도형·위탁형·민간주도형으로 분류한다. ‘관주도형’의 직영 방식으로 설립된 중간지원조직은 재정적 안정성을 갖출 순 있지만, 행정규제와 절차에 얽매여 경직되게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위탁형’은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설립된 법인이나 단체가 행정기관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형태다.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가운데 민간의 축적된 경험을 살릴 수 있지만 조직 운영의 유연성이나 자율성에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민간주도형으로 중간지원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취약한 재정 문제가 늘 발목을 잡는다. 이에 ‘관주도형’이나 ‘위탁형’이라는 그릇에 ‘민간주도형’의 활동 성격을 담아내는 것이 중간지원조직의 과제다.
사례 발표에 나선 김용구 인천시 남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인천시 남구는 2010년을 전후로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비경제활동인구(15살 이하, 65살 이상)인 사회복지 수혜자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당시 민선 5기 후보로 나선 박우섭 구청장이 지역사회의 일자리와 함께 사회복지 확충을 위해 사회적기업육성센터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어 실행에 옮겨진 것”이라며 센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지자체장의 의지만으로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초지자체 단위의 사회적 경제 중간지원조직의 설립과 운영은 지역의 이해에 기초해 지역에 밀착한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매우 유효한 전략이다. 다만, 관주도로 만들어지는 경우라도 행정에서 중간지원조직을 집행자로 보기보다 지역사회와의 조정자나 역량구축자 파트너로 인식할 때 제대로 된 지역사회의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와 달리 개별경제 주체의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적 이익을 추구한다. 지역 내에서 사회적 경제를 통해 공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해당 지역의 공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중간지원조직이 이런 공적 자원의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매개한 사례도 있다. 김태인 광명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 포럼에서 성공담을 소개했다. 젊은층의 인구 비중이 큰 광명시는 사회적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카페가 많다. 김 센터장은 이들을 위해 광명시 소유의 유휴공간에 사회적기업이 우선 입찰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사회적기업 카페의 60%가량이 도서관이나 시민회관 등 공공시설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광명시의 관심과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중간지원조직의 역할로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는 기업 발굴 및 성장을 위한 경영자문, 사회적기업가 양성, 네트워크 구축, 생태계 조성” 등을 꼽았다.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한 경기지역 주요 도시의 자치단체장들이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발해 단식농성에 나서면서 지방자치제도가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인 지방자치는 단체의 행정자치와 함께 주민자치가 결합되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지방정부가 권한과 재정의 독립성을 갖추어 자치권을 확보하는 일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두 발로 걷기 위해선 ‘주민자치’와 손잡아야 한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주민자치를 촉진하고 선도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 구축은 진정한 지방자치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지난 2일 인천시 부평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제10차 사회적경제 공동포럼에서 송영석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가 ‘사회적경제조직에서 바라보는 지원센터의 역할 및 기대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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