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차질 현실화
수사 여파 상장절차 진행 어려워져
미 액시올 인수계획 철회도
수사 여파 상장절차 진행 어려워져
미 액시올 인수계획 철회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 여파로 다음달로 예정됐던 호텔롯데의 연내 상장이 사실상 무산되는 등 롯데그룹의 경영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12일 ‘입장 자료’에서 “1월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호텔롯데는 오는 7월까지 상장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현재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변경신고 등 절차 이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애초 이달 말 예정됐던 호텔롯데 상장은 대주주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수사를 받으면서 다음달 21일로 연기됐는데, 이마저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현행 규정상 상장은 예비심사를 통과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이뤄져야 한다. 호텔롯데의 경우 예비심사 통과가 1월28일이었던 만큼 다음달 28일까지는 상장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대주주에 대한 수사가 발생해 증권신고서를 수정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검찰 수사가 다음달 말까지 끝나기 어려워 이런 절차를 진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상장을 재추진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은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이므로, 향후 방안에 대해 주관사 및 감독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일 미국 석유화학 상장사인 액시올의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애초 액시올을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그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2조원 이상의 대형 인수합병 추진은 큰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인수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자회사의 실적 부진으로 예비상장심사를 철회한 뒤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던 롯데정보통신의 상장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밖에 지난해 11월 면세사업권을 잃은 뒤 올해 말 추가 사업권 선정에 기대를 걸어온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도 전망이 어둡게 됐다. 검찰 수사에서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신 이사장의 금품 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롯데면세점은 오는 12월 결정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사업권 입찰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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