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과다수수료 혐의 관련
상임위원들 전체회의서 설전
방통위원장-엘지쪽 인연 ‘뒷말’
상임위원들 전체회의서 설전
방통위원장-엘지쪽 인연 ‘뒷말’
“왜 내 의견도 안 묻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나.”
“해외출장 중인 위원장한테 새벽에 연락해야 하나.”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의 공개 전체회의에서 위원장과 부위원장 간에 입씨름이 벌어졌다. 엘지유플러스(LGU+)가 최근 방통위 조사관의 사옥 출입을 막으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관련 사실조사를 거부한 게 방통위의 내분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재홍 부위원장이 엘지유플러스의 조사 거부 배경과 관련해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합리적 의심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선공을 가했다. 최성준 위원장과 권영수 엘지유플러스 부회장이 경기고-서울대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거론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이 3일 이번 건과 관련해 고삼석·김석진 상임위원과 긴급 모임을 한 뒤 기자간담회를 연 것을 두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내가) 유럽에 출장 중이더라도 의견을 묻는 연락도 없이 부위원장이 긴급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한국 시간 10시는 유럽 현지 시각으로 새벽인데 해외출장 중인 위원장한테 연락을 해야 하냐”고 맞받아쳤다.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김 부위원장이 “(이기주 상임위원이) 엘지유플러스 사실조사를 반대했다고 들었다”고 발언하자, 이번에는 이기주 상임위원이 “아무 얘기나 막 하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 상임위원은 “그 말씀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빨간 선글라스 쓴 사람들에게 빨간색으로 보이는데 불쾌하다”고까지 했다. 김 부위원장은 “저는 빨간 선글라스 잘 안 끼거든요”라고 되받았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최 위원장은 부랴부랴 회의 종료를 선언하고 자리를 떴다.
정부기구 수장과 2인자가 국회에서 여·야가 붙듯 격한 말싸움을 한 ‘배경’에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특성이 있다. 상임위원 5명 중 최 위원장을 비롯한 3인은 정부·여당 추천으로 임명됐고, 김 부위원장 등 2인은 야당 추천을 받았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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