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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네이버는 꿈의 직장?…“잡다한 일 않고, 모든 열정 개발에 쏟아”

등록 2016-06-09 19:15수정 2016-06-16 11:42

[더불어 행복한 세상]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회사 다닐 만해요?
2부 성취감

(9) 네이버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좌담에 참여한 네이버 기술직군 직원 7명이 5월4일 경기도 성남 분당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1층 도서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좌담에 참여한 네이버 기술직군 직원 7명이 5월4일 경기도 성남 분당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1층 도서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월화수목금금금’, ‘갑을병정 중 병이나 정’ 등 자조 섞인 농담은 특히 정보기술(IT) 직장인들 사이에서 많이 쓰인다. 2013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연구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산업 종사자들의 업무 환경을 설명하며 이런 문장을 인용했다. “4D+3C+ABCD=SW,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희망마저 없는(Dreamless) 환경에서 담배(Cigarette)와 캔커피(Can coffee), 컵라면(Cup ramyon)으로 끼니를 때우다 아토피 피부염(Atopy)에 걸리고, 머리가 빠지고(Bald), 퉁퉁해지고(Chubby), 우울증에 시달리다(Depressed) 결국 업계를 영영 떠난다는 것.”

90년대 벤처 붐과 함께 인기가 높아진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이런 자조가 넘치는 이유는 산업 구조 때문이다. ‘삼성에스디에스(SDS), 엘지씨엔에스(CNS), 에스케이㈜와 합병한 에스케이씨엔씨(C&C) 3곳의 시스템통합(SI) 대기업이 사업권을 따낸 뒤 하청, 재하청을 주는 하도급 구조가 관행인 시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개발자들은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된다.

1999년에 설립된 국내 최대 포털업체 ‘네이버’는 기존 산업 구조에 속해있던 수많은 정보기술 인력을 흡수하며 성장해왔다. ‘네이버 최강팀을 뽑아달라’는 <한겨레>의 요청에 네이버는 동영상셀(cell)에 속한 개발자 그룹을 추천했다. ‘개발자 중심 회사’라는 자부심이 묻어나는 선택이었다. 그 중에는 SI 대기업에서 이직한 이도, ‘갑을병정 중 병이나 정’에 해당하던 프리랜서였던 이도 있었다. 지난 경험과 현재 네이버 일자리를 토대로 이 시대 개발자들이 사는 법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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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직원 95% 정규직…41%가 여성
등기임원-직원 간 임금격차 큰 편

“내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초록색 검색창으로 잘 알려진 국내 대표 포털기업 네이버는 경기도 분당의 초록색 건물 ‘그린팩토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42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의 영향력은 ‘피씨(PC)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유지돼 현재 매일 평균 2400만 명이 모바일을 통해 네이버에 접속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조2512억원, 영업이익 82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 수는 2397명이며 이 중 2270명(94.7%)이 정규직이다. 남성 정규직이 1379명, 여성 정규직이 891명이며 기간제 근로자 127명 중 여성이 93명, 단시간 근로자 7명은 전원 여성이다. 평균 근속 연수는 5.28년이며 1인당 평균 연봉은 6802만원, 등기임원의 보수는 대표이사 22억3900만원 등 등기이사 3인 평균 15억5100만원이다.

1인당 교육훈련비는 151만원으로 현대자동차(66만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고 카카오(648만원)보다는 낮다. ‘책임예산제’를 도입해 성과를 낸 조직은 언제라도 추가 예산을 확충할 수 있어 즉각 보상을 받는 구조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장은 “매출액이나 순이익에 비해 동종업계의 카카오보다 임금이 적은 편이며 등기 임원과 직원의 격차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4일 네이버 본사에서 열린 좌담에 참여한 7명의 개발자는 모두 ‘동영상셀’ 소속이었다. ‘세포’를 뜻하는 단어인 ‘셀’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 여러 직군을 아우르는 조직으로 현재 네이버에 4~5개 정도 존재한다고 한다. 네이버 1~5년차인 27~36살 좌담 참여자 7명 중 3명이 다른 회사 근무 경험이 있었으며 6명은 남성, 1명이 여성이었다. 이들이 매긴 네이버에서의 성취감 점수는 5점 만점에 평균 4.43점으로 기업 정보 공유 플랫폼 ‘잡플래닛’에 네이버 전·현직 직원 292명이 매긴 만족도(5점 만점에 3.6점)보다 높았다.

다른 기업에서 네이버로 이직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직자 3명 중 2명이 “내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네이버의 스타 실시간 개인 방송인 ‘브이라이브(Vlive)’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맡고 있는 최민희(34)씨는 “내가 만든 서비스가 세계 여러나라에 오픈되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사용할 때 남다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SI 대기업’의 하청 업체와 프리랜서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최씨의 사례는 개발자들이 일하는 환경을 엿보게 해준다. “하청업체 직원이나 프리랜서로 프로젝트를 수주해 어떤 기업에 파견 나가는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해당 회사의 방침에 따라 늘 정장을 갖춰 입고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내 자리도 없이 일해야 했어요. 하청업체 인력 담당은 늘 그 기업의 사원급 직원이다보니 업무 이해도가 낮아 제대로 된 지시 없이 늘 기한만 맞추라고 하죠. 어떤 프로젝트는 출근하는 날부터 새벽 3시까지 일해야 할 정도였어요. 프로젝트 기간 내내 밤 10시는 일찍 퇴근이고, 기본 자정 퇴근, 주말 근무 등 죽어라 일해야 하는 분위기였어요.”

그가 네이버에 입사하기로 결심한 것은 네이버 하청 프리랜서로 일하면서였다고 한다. “보통 원청 회사는 하청 개발자들에게 ‘너희가 어떤 불편을 겪든 기간 안에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인데 네이버와 일할 때는 관리자도 따로 있고 아침마다 함께 회의하며 존중해주더라고요. 이런 회사에서 제대로 서비스 개발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용자 피드백…배우는 점 많아”
성과 낸 조직은 언제라도 추가예산

대기업 SI업체 비해 일할 맛↑ 연봉↓

네이버 티브이(TV) 캐스트를 개발하고 있는 박준태(36)씨는 중소 개발업체와 SI 대기업을 거친 뒤 1년여 전 네이버에 입사했다. 그는 “중소기업 개발 부서에서 일할 때 첫 달 임금이 80만원 수준이었고 고용 불안이 심각했어요. 결국 그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재직 당시 가장 불안했던 점은 괜찮은 인력은 다 나간 상태에서 여기 남아있다가 내가 더 이상 성장할 기회조차 잃게 될 거란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괜찮은 롤모델’이 없다는 불안감은 대기업으로 이직한 뒤에도 계속됐다고 한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순간 급여가 확 달라졌죠. 대기업 정규직이니 하청업체처럼 파견나가고 할 일도 거의 없었고요. 하지만 분위기가 삭막하고 딱딱하고 멘토나 롤모델 삼을만한 선후배, 동료들이 없었어요. 네이버로 이직하면서는 임금이 좀 깎였는데 와보니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고 적극적으로 개발을 할 수 있는 분위기더라고요. 이게 전쟁이라면 믿고 제 등 뒤를 맡길 수 있다고 할까요?”

직원수 300명 규모의 개발업체에서 일하며 SI 대기업의 하청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던 김영민(34)씨는 “이전 직장에서 프로젝트 두 개에 동시 투입된 적이 있었는데 새벽에 연락이 와서 아침까지 작업해달라는 등의 요구에 시달리며 일했다”며 “업무 강도도 높았지만 분위기가 좀 나빠지면 괜찮은 인력이 싹 빠져 허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네이버로 이직하며 임금이 깎였지만 “내 이름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지금”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첫 직장이라는 최재진(27)씨는 “여러 직장에 합격했지만 네이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회사의 경우 개발자를 뽑아놓고도 다른 잡다한 일을 시키는 일이 많은데 네이버는 열정만 있으면 모조리 개발에 쏟아부을 수 있다”며 “다른 곳들과 비교했을 때 임금은 비슷했는데 직장을 택하게 한 동기로 성취감이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동영상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고 있는 최진연(31)씨는 “네이버가 ‘살아있는 서비스’를 내뿜고 있다는 점이 개발자들에게 직장으로서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열심히 개발을 해도 살아남는 서비스가 있고 끝나는 서비스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사용자들에게 직접 받는 피드백이 어마어마해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의 ‘성취감’ 분야 전문가 위원인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는 “국내 최고의 인터넷 기업에서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업무 분위기가 자율적이라는 점이 성취감을 높이고 있다”며 “다만 인터넷 산업 특성상 강한 경쟁에서 오는 압박감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 개발자들의 근무 시간은 긴 편이었고 업무 강도도 높은 편이었다. 좌담에 참여한 개발자 7명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은 대체로 50시간이 넘었고 주말 근무도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바쁠 때는 한 달에 5~6번의 주말근무를 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식 도입된 책임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출퇴근 시간의 자율성이 높은 상태였다.

책임근무제는 “주어진 업무는 무조건 책임진다”는 원칙 아래 자유롭게 출퇴근을 하는 제도다. 2014년 시범 운행 결과 그 효과가 입증돼 지난해부터 전사로 확대해 실시 중이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박준태씨의 경우 오전 11시 정도에 출근해 오전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퇴근하고 아이를 재운 뒤 밤 11시부터 남은 업무를 하곤 하는데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주당 근무시간 대체로 50시간 넘어
‘여성차별 가장 적은 기업’ 1위

여성 차별 적은 기업… 화장실이 좋아요

최근 네이버는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시이오(CEO)스코어’가 선정한 ‘여성 차별 가장 적은 기업 1위’에 올랐다. 시이오(CEO)스코어는 “지난해 기준 15.6%인 네이버 여성 임원 비율은 500대 기업 평균인 2.6%보다 6배 높고 남녀 임금 격차도 80%로 전체 평균인 61%보다 높아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말 네이버의 향후 전략을 설명하는 행사인 ‘커넥트 2015’ 행사 무대에서 각 부문의 대표로서 발표에 나선 7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 주요 행사의 발표자 전원이 남성이었던 카카오와는 다른 분위기다. 현재 네이버의 여성 직원 비율은 41%, 지난해 정규직 신규 채용 264명 중 여성이 90명으로 34%를 차지했다. 팀장급 이상 여성 비율은 25.6%에 달했다.

네이버는 현재 경기 분당, 서울 서초, 용인 수지 지역에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데 세 곳의 정원이 285명에 불과해 직원들의 자녀를 다 수용하지 못해 내년 개원을 목표로 분당 지역에 또 하나의 어린이집을 준비하고 있다. 직원들은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분위기, 임신부 발렛 주차 서비스, 사옥 내 4곳의 유축실, 사내 병원 ‘제너럴 닥터’, 개인별 맞춤 운동을 제공하는 ‘힐리언스 코어 운동센터’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좌담에 참석한 개발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최민희씨는 회사의 장점으로 ‘화장실’을 꼽았다. “보송보송한 공간, 좋은 향기,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화장실에서 존중받는 직원이란 느낌을 받는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네이버 개발자들이 꼽은 최고의 직장 덕목은 ‘직원을 존중하는 직장 분위기’에 무게 중심이 있었다.

*다음 주에는 카카오 일자리 질을 분석합니다. 전현직 직원 여러분들의 이메일 제보(goodjob@hani.co.kr)와 잡플래닛 평가 작성을 기다리겠습니다.

임지선 기자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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