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대폭 교체 뒤 의사록 공개
일부 위원 “선제 인하로 위험 대비”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목소리도
미 6~7월 금리 인상 가능성 부담
금리차 좁혀지면 운신폭 더 좁아져
정부는 상장률 하락 들어 인하 압박
9일 금통위 회의 앞두고 깊은 고심
일부 위원 “선제 인하로 위험 대비”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목소리도
미 6~7월 금리 인상 가능성 부담
금리차 좁혀지면 운신폭 더 좁아져
정부는 상장률 하락 들어 인하 압박
9일 금통위 회의 앞두고 깊은 고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대규모 위원 교체 뒤 5월 첫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일부 위원은 경기침체 등을 들어 조속한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위원들도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성장률이 더 낮아질 위험에 무게를 실었다. 오는 9일 열릴 한은 6월 금통위의 금리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6~7월 금리 조기인상 신호가 강해진 반면에 국내에선 금리인하 요구가 안팎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한은이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이 “이번에는 아니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경기대응 측면에서뿐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대외 위험요인에 대한 효율적인 대비책이 될 것”이라고 그 이유를 댔다. 또 다른 위원도 “실물경기, 물가흐름, 유휴 생산력 점검 결과에 기초할 때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추가 금리조정의 입지가 생성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하반기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이날 금통위엔 7명의 위원 가운데 새로 교체된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위원이 처음 참석했다.
이에 6월 금통위에선 조기 금리인하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물론 미국의 6월 금리 회의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 대형 이벤트가 곧 뒤이을 예정이어서 금리인하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의 윤여삼 채권팀장은 “6월에 구조조정의 틀이 어느 정도 확정된 뒤 이르면 7월에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단 미국이 6~7월에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은 금통위에 상당한 부담이다. 연내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행 0.25~0.5%에서 1%대로 올라선다. 이럴 경우 한은이 0.25%포인트 금리인하 카드를 한 번만 써도 우리 기준금리는 1.25%가 돼 두 나라의 정책금리 차이는 순식간에 좁혀진다. 물론 양국 간 금리 역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내외금리차가 좁혀질 경우 대외 위험이 터졌을 때 환율변동과 자본유출입 등에 대한 우리 정책 대응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성장률 전망이 2%대 중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경고하며 금리인하를 촉구하는 등 주변 압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은 내부에선 0.25%포인트인 기준금리 변동 폭을 더 쪼개는 것을 포함해 완화적 통화카드 사용 방식과 시점에 대한 고민이 깊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0.1%포인트 단위로 쪼개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다. 어차피 한은이 하는 것은 시그널로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니, 금리 말고도 공개 발언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금리인하 문제를) 적극적으로 봐야 한다. 통화정책만으론 안 되고 구조개혁이 같이 가야겠지만, 지금이 정말 중요한 때로 케이디아이와 내 생각이 똑같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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