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선교재단에 돈 준 건 맞지만
어버이연합에 흘러갔는지 몰라”
허창수 회장은 “전혀 몰랐다”
“선교재단에 돈 준 건 맞지만
어버이연합에 흘러갔는지 몰라”
허창수 회장은 “전혀 몰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억대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부인하지 않아 사실상 시인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전경련은 20일 오전 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경련이 전날 밤 <제이티비시>(JTBC)의 보도가 나온 이후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자금 지원과 어버이연합과의 관련 여부를 파악 중이다.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과 다른 태도다.
전경련은 의혹을 사실상 시인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꾸를 못했다. 전경련은 비공식적으로는 선교복지재단에 자금 지원을 한 것을 인정했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익명을 전제로 “선교복지재단에 자금 지원을 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그 돈이 어버이연합과 탈북단체에 흘러갔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허 회장이 총수로 있는 지에스그룹의 관계자는 “전경련 사무국이 사전에 자금 지원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경련의 자금 지원은 이승철 상근부회장의 독자적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에서는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이나 탈북자단체에 단순히 돈만 지원한 게 아니라, 경제활성화법 처리 촉구 시위 등을 직접 기획하면서 인력동원 창구인 어버이연합과 탈북자단체에 인건비를 지급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전경련은 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선 자유경제원에 매년 수십억원을 지원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밝혀지기도 했다.
전경련은 수년 전부터 회장단회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재벌의 기득권만 대변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되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어려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전경련 같은 경제단체는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데, 어버이연합 같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보수단체에 거액을 지원한 것은 스스로 정치개입 논란을 자초한 것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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