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사용 이후 빠르게 증가
한국은행이 발행해 시중에서 지폐나 동전으로 유통되는 현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90조원을 넘어섰다.
11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말 현재 한은의 화폐발행잔액(말잔)은 90조7942억원으로 집계돼 1월 말보다 1조1672억원(1.3%) 증가했다. 유통되는 현금 규모는 2013년 9월 60조원, 2014년 8월 70조원, 2015년 2월 80조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화폐발행잔액은 경제성장 추이나 통화정책, 시중의 현금 사용 행태에 따라서 증감이 변화할 수 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이 잔액은 당연히 증가하지만, 증가세가 한층 가팔라진 건 2009년 6월 고액권인 5만권이 사용된 이후다. 또 2012년 이후 지금껏 한은 기준금리가 7차례 인하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은 쪽은 “5만원 고액권의 등장은 예전 같으면 10만원이나 100만원짜리 수표로 준비하던 계약금 등을 현금으로 사용하도록 해서 화폐 사용 행태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실제 화폐 종류별로는 5만원권이 67조8516억원, 1만원권은 17조5585억원, 5천원권은 1조4080억원, 1천원권은 1조5540억원, 주화(동전)는 2조282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한은이 중소기업 지원이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등을 지원할 목적으로 대출해준 자금 규모도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 지난 2월 말 현재 한국은행의 대출금은 18조9204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488억원 늘었다. 한은 대출금은 종전 사상 최대였던 1992년 9월의 17조6365억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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