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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기업 프랜차이즈 밀려오는 ‘캠퍼스 상업화’, 대학생협 활로는?

등록 2016-04-03 19:03수정 2016-04-04 18:28

대기업·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대학당국의 상업화 흐름에 편승해 캠퍼스에 마구 들어오고 있다. 상업화 흐름에 저항해 대학생협들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인천대생협이 구내 식당에서 진행한 명절맞이 윷놀이 이벤트(왼쪽부터), 경희대생협의 ‘짐캐리 서비스’ 포스터, 대학생협 상품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누리집
대기업·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대학당국의 상업화 흐름에 편승해 캠퍼스에 마구 들어오고 있다. 상업화 흐름에 저항해 대학생협들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인천대생협이 구내 식당에서 진행한 명절맞이 윷놀이 이벤트(왼쪽부터), 경희대생협의 ‘짐캐리 서비스’ 포스터, 대학생협 상품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누리집
지난해 9월 대학캠퍼스 안에 입점한 외부 상업시설에 무조건적으로 교육면세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2008년 완공된 이화여대의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는 애초 ‘교육연구시설’로 등록해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았지만, 건물 일부를 용도변경해 대기업 계열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영화관 등의 외부 상업시설을 유치해 운영해왔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이 “교육연구시설로 면세 혜택을 받았는데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며 2010~2014년 부동산·부속토지 재산세로 4억여원을 이화여대에 부과했다. 소송으로 번졌지만 대학이 패소했다.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대학 내 교육용 시설을 손쉽게 수익용 상업시설로 전환해오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대학 입점 상당수 대기업 프랜차이즈
대학당국·규제완화 합세 상업화 물밀듯
대학생협 활성화해 상업화 막아낼 필요

대학생협 33개 대학, 조합원 총 13만명
학생식당 적자 감수…‘천원의 아침’도
“대학평가에 ‘생협 설립’ 항목 신설하자”

사실 대학 안으로 외부 상업시설이 속속 들어오면서 캠퍼스가 상업화되기 시작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시민단체인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교수)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서울 소재 48개 대학교 450개 입점업체 중 상당수는 대기업이나 대형 프랜차이즈의 상업시설이다. 가장 많이 입점한 기업은 6개 대학 19개 업체에 입점한 ㈜아워홈이며, ㈜신세계푸드, 지에스리테일(GS25), 비지에프(BGF)(CU), 삼성웰스토리가 그 뒤를 이었다. 대학들은 이들 외부 상업시설에서 발생한 수익을 장학금 등 학생복지에 사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결국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대기업과 대학이 나눠 갖고 나머지 일부를 되돌려주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의 상업화 흐름에는 정부의 규제완화가 촉매작용을 했다. 2005년엔 학생 편의시설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해 기숙사 등의 민간투자시설을 대학부지에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2012년엔 ‘대학자율화 추진계획’을 통해 ‘교육용 기본재산의 수익용 전환 허용’, ‘민자사업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사립재단의 대학시설에 대한 상업적 운영 권한을 강화했다.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상업시설 임대에 열을 올리던 대학으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학 상업시설에 대한 세금 논란과 관련해 대학교육연구소는 ‘대학생협’(대학생활협동조합) 활성화로 풀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논평에서 “대학이 시설을 직영하거나 대학생협 등이 운영하도록 하면 재산세 관련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며 “그러면 비록 대학으로선 행정적 및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고 직접적인 이익은 줄어들지 몰라도 학생들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에게 유무형의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생협은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의 생활·복지사업 공동체다. 학생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살피는 생산자 주체성과, 일상적 소비를 넘어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 주체성이 중첩된 조직이다. 국내 대학생협은 1988년 10월 서강대생협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어져왔다. 현재 33개 대학에 조합원은 총 13만명에 이른다.

대학생협의 주요 사업으로는 매점·식당·카페·문구점·서점·자판기 등이 있다. 이런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은 다시 학내 구성원에게 환원된다. 비영리사업이다. 사업을 통해 많은 수익을 발생시켜 환원하는 방식보다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상품가격 자체를 무리하게 올리지 않는다. 이른바 ‘캠퍼스 물가’를 전반적으로 낮추고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학생 부담을 줄이는 게 대학생협의 목표다.

예컨대 학생식당의 경우, 심지어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가격 인상을 억제한다. 대신 카페나 매점, 기념품 판매 등 적지만 수익이 발생하는 다른 사업을 통해 벌충한다. 드물게는 대학당국의 협력과 지원이 뒤따르기도 한다. 서울대생협은 지난해 6월 아침·저녁 식사를 단돈 1천원에 제공하면서 일명 ‘아침밥 먹기 운동’(천원의 아침)을 전개해 이목을 끌었다.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줄이자는 데 공감한 서울대 당국의 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대 장학복지과는 이 운동에 연간 2억5천~2억8천만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각 대학생협마다 개성을 살린 활동도 눈에 띈다. 조합원 편의를 위해 택배를 대신 받아주고 우산을 빌려주며, 사물함을 저렴하게 대여해주기도 한다. 경희대생협에서는 올해 새 학기 초에 1톤 트럭을 제공해 이사를 돕는 ‘짐캐리 서비스’를 진행했다. 지난 2월 보름간 64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생협 조합원이라면 단돈 1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개별 대학생협으로선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물자를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 4년을 주기로 바뀌는 학생 조합원들과 함께 사업을 꾸려나가야 한다. 이에 따라 2011년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를 창립했다. 연합회는 공동교섭·공동구매·공동제작 등 ‘협동의 경제’ 문화를 만들고, 법·제도적 문제 해결 등 정책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생협 전체의 매출은 2200억원에 이르는데, 현재 연합회 단위로 연간 340억원 규모의 공동구매 사업이 진행 중이다.

생협들의 이런 노력에도 대기업·대형 프랜차이즈들은 대학당국의 상업화 흐름에 편승해 대학 캠퍼스에 마구 들어오고 있다. 대학 바깥의 시장논리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면서 대형마트와 골목시장 사이의 전쟁이 대학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고, 대학생협들은 점점 벼랑에 내몰리고 있다. 일례로 대학생협이 사용하는 시설에 대해 대학당국들은 무리한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 3월, 14년간 이어온 세종대생협이 결국 사업을 중단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대는 2009년 생협매장 퇴거를 요구하면서 생협매장 자리를 영리매장에 내주고 임대료를 받으려 했다. 소송 등 우여곡절을 거쳤으나, 이미 유명 상업시설이 학교 안에 밀고들어온 상황에서 세종대생협은 수익구조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폐쇄에 이르게 됐다. 지역 유기농 농가와 협력해 학생들에게 친환경 식단을 제공해오던 상지대생협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문기 이사장이 복귀하면서 유기농 친환경 식단이 취소됐다. 상지대는 생협이 운영하고 있는 20개 매장에 임대료 3억원을 청구하며, 2014년 일방적으로 약정 해지를 통보했다. 지상윤 상지대생협 팀장은 “2013년 말부터 끌고 온 싸움인데, 학교 쪽이 ‘시설명도소송’을 제기하면 우리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업화 흐름을 막아내려면 대학생협들이 자체적으로 대응해 저항하는 길도 있지만, 관련당국이 풀어왔던 규제를 다시 보완·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권종탁 한국대학생협연합회 사무국장은 “교육부의 학교평가 기준에 ‘대학생협 설립·운영’ 항목을 신설해 점수에 반영만 해도 대학의 의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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