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SM·삼라마이다스)그룹이 매물로 나온 중견 조선사 에스피피(SPP)조선을 거머쥐게 됐다. 조선업 불황기에 조선소 인수에 나선 에스엠그룹은 자사가 보유한 해운업체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스피피조선 채권단과 에스엠그룹 쪽은 23일 인수 협상을 마무리 짓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단독 입찰해 우선매수협상자로 선정됐던 에스엠그룹은 앞으로 정밀실사와 유상증자 등을 거쳐 오는 5월까지 에스피피조선 인수 작업을 끝내고 6월 말께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본계약에 준하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에스피피조선은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는 조선소 중 처음으로 채권단의 손을 떠나게 된다.
업황 불황기에 조선소를 거느리게 된 에스엠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규모를 키운 기업이다. 에스엠그룹의 모태는 1988년 설립된 삼라건설이다. 우오현 에스엠그룹 회장은 광주광역시에서 건설업을 토대로 사업을 일으켜 2001년부터 수도권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2004년 진덕산업(현 우방산업)을 시작으로 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기업들을 인수하며 외형을 키웠다. 현재 에스엠그룹은 상장사인 대한해운, 티케이케미칼, 남선알미늄을 비롯해 비상장사인 우방건설, 경남모직 등 모두 20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엠그룹 관계자는 “성장가능성이 높은데 저평가된 우량기업을 인수하는 게 회사 인수합병의 기조”라고 설명했다.
에스엠그룹은 2012년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 선수 부모가 비닐하우스에서 아들을 뒷바라지 했다는 소식을 듣고 양 선수 부모에게 광주시 남구에 신축 중인 아파트 한 채를 무상 기증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에스엠그룹은 에스피피조선의 경남 통영시 덕포의장공장 등은 두고 사천조선소만 인수한다. 인수 자금은 1천억원의 유상증자와 부채를 포함해 4천억원 수준이다. 채권단 사이에서 에스피피조선은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로 평가받는다. 에스피피조선은 파생상품 손실 8천억원 등 모두 1조2천억원의 영업외손실을 입어 2010년 5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다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 끝에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그동안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각 작업을 숨죽이며 지켜봤던 에스피피조선 근로자위원회는 “이번 매각으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조건을 확보하게 되었다”며 양해각서 체결을 환영했다.
에스엠그룹은 에스피피조선이 중형 탱커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보고 있다. 에스엠그룹 관계자는 “인수 대상인 산업이 호황이냐 불황이냐는 중요치 않다. 에스피피조선은 잠재력이 있다고 봤고 계열사인 대한해운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인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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