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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ISA 가입 첫날…직접 상담해보니 “알고 있으면 설명 생략”…불완전 판매 우려

등록 2016-03-14 20:15수정 2016-03-14 20:52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한 고객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한 고객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내 현수막에 다양한 기념품 준비
은행들 총력전 비해 창구는 한산
“시간 걸린다” 성향분석 건너뛰고
상품 내용 설명·수수료 안내 부실

증권사는 ‘일임형’도 함께 선보여
시장 불안 고려 안정성에 더 무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 은행·증권·보험 등 33개 금융회사에서 첫선을 보였다. 금융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벌였지만 창구는 비교적 한산했다. 현장에선 준비 부족으로 일부 혼란이 빚어졌고 제대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도 드러냈다.

■ 고객들 차분…은행들 유치 경쟁 여전 가입 첫날임에도 아이에스에이 계좌를 만들려 은행 창구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시중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새로 가입하겠다고 찾아온 사람은 거의 없었고, 앞서 가입 의사를 밝히고 서류를 미리 준비했던 이들의 계좌를 만들어 연락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고객 모시기’ 열기는 여전했다. 점포 안 중앙에 안내 현수막을 걸어두고 머그컵 같은 기념품을 주기도 했다. 아이에스에이 가입자용 번호표를 따로 발급해 가능한 한 빨리 상담을 받도록 배려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창구 분위기가 대체로 한산했던 은행들은 첫날 실적을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자체 집계 결과 엔에이치(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이 1600~1700여 계좌를 열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증권업계 전체로는 8000명가량이 가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투자협회는 15일 첫날 실적을 공식 집계해 발표할 예정이다.

■ 불완전 판매 우려 여전…서류 작성에 1시간 이상 우려했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여전했다. <한겨레>가 이날 서울 영등포의 한 은행 창구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니 상품 설명이나 수수료에 대한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상담을 시작하자 은행 직원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고 있으면 상품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성향 분석을 위한 설문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상품 설명부터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스에이 가입자를 받으려면 금융사는 고객의 투자 경험이나 금융 지식 수준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분류해 상품을 설명해야 하고, 고객이 투자 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에 가입하려면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안정적 투자를 원한다고 밝히자 직원은 “투자금의 절반 정도는 예금에 넣고 나머지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그 과정에서 투자 비중을 정한 근거나 수수료, 원금 손실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손실 가능성을 묻자 주가연계증권 대신 채권이나 원금 보장형 파생상품을 다시 추천했다. 상품별로 은행이 가져가는 신탁보수가 얼마인지도 묻기 전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가입 서류 작성과 전산 입력 등에 1시간 이상이 걸리면서 소비자들이 불편해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도 보였다.

■ 증권사, 모델 포트폴리오 차별화에 주력 고객이 계좌에 담을 금융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신탁형’ 상품만 먼저 판매를 시작한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알아서 투자해주는 ‘일임형’ 상품도 선보였다.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배분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모델 포트폴리오는 투자자 성향에 따라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초고위험 등 5개 유형으로 나뉜다. 그러나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 케이디비(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아예 초고위험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않았다. 최근 시장 상황이 불안한 만큼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좀 더 무게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사들은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차별화에 주력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같은 위험도의 모델 포트폴리오라고 해도 주식형 펀드에 국내 주식이 포함되는지에 따라 구분했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은 같은 위험 등급에서도 시장에 적극 대응하는 ‘액티브’와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패시브’, 절세 효과를 강조하는 ‘절세형’ 등으로 모델 포트폴리오를 세분화했다.

박승헌 김수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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