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계열사들 정관 변경
“독립성 없으면 큰 의미 없어”
“독립성 없으면 큰 의미 없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 11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이사회를 소집하거나 주총을 이끄는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개방한 것은 발전된 것이지만, 지금의 사외이사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삼성 계열사들의 주총 결과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전기·에스디아이(SDI)·에스디에스(SDS)·물산과 호텔신라는 ‘이사회의 의장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사 중에서 선임할 수 있다’로 정관을 고쳤다. 기존 대표이사가 맡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도 맡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18일 주총에서 이런 내용으로 정관을 바꿀 계획이다. 삼성생명·증권·화재 등 금융계열사는 아예 ‘이사회의 의장은 (중략)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한다’로 수정했다. 삼성그룹은 “회사 경영에 대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사외이사가 회사의 뜻에 반하는 경우가 드물어 실질적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최근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지만, 그가 독립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교수는 삼성전기뿐만 아니라 효성, 카프로 등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조세포탈 등으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조석래 효성 회장의 이사 연임에 동의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경영에 대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면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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