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수 전 총장·박재완 전 장관 사외이사 자격 놓고 공방
현대차 주총, 안건 원안대로 가결
정 회장 부자 과도한 겸직 비판도
54개 대기업 같은 날 주총 열어
“주주 의결권 행사 제약” 목소리
현대차 주총, 안건 원안대로 가결
정 회장 부자 과도한 겸직 비판도
54개 대기업 같은 날 주총 열어
“주주 의결권 행사 제약” 목소리
11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일부 이사 후보들의 자격 시비로 표결까지 간 끝에 모든 후보가 재선임되거나 신규 선임됐다. 삼성전자 주총장의 표결은 2005년 당시 참여연대의 문제 제기로 김인주 구조조정본부 사장의 이사 재선임안을 두고 벌어진 이래 11년 만이다.
이날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서 일부 주주는 송광수(전 검찰총장)·박재완(전 기획재정부 장관)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 주주는 송 후보가 삼성전자 경쟁사를 대리한 적이 있는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이며, 박 후보는 삼성그룹의 지배를 받는 성균관대 교수직을 맡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를 표명했다. 결국 전자 표결이 진행돼 약 9200만주의 찬성과 약 580만주의 반대로 안건이 통과됐다. 아울러 신종균 사내이사 재선임 건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390억원)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로 표결이 이뤄졌지만 가결됐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주총은 네차례 표결로 낮 12시20분에 끝났다. 같은 날 열린 삼성물산 주총에서도 일부 주주가 지난해 재무제표를 승인하는 안건을 반대해 표결 끝에 96%가 넘는 찬성으로 통과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증권·카드·중공업·전기·에스디아이(SDI), 호텔신라 등은 이날 열린 주총에서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직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가결했다. 반면 매각을 추진 중인 제일기획은 이런 정관 개정을 추진하지 않았다. 삼성전기는 주총 뒤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이날 주총에서 사내외 이사 후보들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이원희 사장은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 외에도 현대모비스·제철 사내이사, 기아차·현대오토에버 비상근 이사를 맡는 등 겸직이 과도하고 사업기회 유용 위험이 있어 선임 반대를 권고했다. 이원희 사장에 대해서도 과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현대차·중공업의 자금을 횡령한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어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남성일 서강대 교수와 이유재 서울대 교수는 2014년 현대차그룹이 한전 터를 10조원 넘게 써 사들이는 과정에서 일체의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해 비판을 산 전력이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정 회장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외에 현대파워텍·건설·엔지비 사내이사 또는 비상근 이사를 겸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대규모 거래를 하는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지배 주주로 이해관계 충돌 위험도 있다.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이승호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현대모비스가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을 대리하는 율촌의 고문이어서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 주요 계열사 주총에선 주주들의 반대 없이 경영진 안건들이 모두 통과됐다.
이날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등 54개 주요 대기업들은 예년처럼 동시에 주주총회를 개최해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장애를 받았다. 네덜란드연기금운용사인 에이피지(APG)의 박유경 이사는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주총을 여는 것은 주주에게 의결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외국처럼 대기업 주총이 겹치지 않도록 대기업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박현정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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