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기한 4월말…주총 뒤에야 알아
효성그룹의 조석래 회장과 아들 조현준 사장은 2014년 주주총회 당시 조세포탈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기관투자자 42곳 가운데 25곳으로부터 이사 선임 반대 의견을 받았다. 지난 1월에는 1심에서 조세 포탈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는 18일 주총에서 이사 재선임에 나선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반대에도 이사 선임을 밀어붙이는 행태를 막기 위해선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함께 관련 법률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집계를 보면, 지난해 국민연금의 경영진 제안 안건에 대한 반대율은 14.5%로 해외 주요 연기금(11.0%)보다도 높았다. 하지만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반대 의견을 주총 이후에 공시해 개인투자자나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파악하기 어렵다. 송민경 연구원은 “의결권 행사 내역의 공시 기한이 4월30일이어서 투자자·언론이 감시해 의결권 행사의 내실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대 의견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가 직접 이사 후보를 제안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장기업들이 각 안건에 대한 찬반 결과를 공시해야 의결권 행사가 활성화될 수 있다. 현재 ‘금융회사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지난해부터 금융회사들이 모든 안건의 찬반 비율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송 연구원은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상장기업까지도 찬반 비율을 공시하도록 해 투자자들의 의견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향후 의결권 행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오는 8월1일 시행되면 금융회사마저도 찬반 비율을 공개할 필요가 사라진다.
여기에 상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통해 이사 자격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감독당국의 제재나 주주들의 반대, 사회적 지탄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조석래 회장 일가와 같은 경우가 재발하지 않도록 상법에 이사의 자격제한 규정을 신설하거나 현행 특경가법 제14조의 취업제한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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