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인수 논란
편법승계에 악용할 우려 일자
“경영권 위한 주식 취득 않겠다”
지난해 공식자료 통해 밝혀
매입자금 출처도 차명주식 의심
개혁연대 “주식 즉각 처분해야”
삼성 “총수일가 등 지분 이미 40%
지배력 강화 차원과 무관”
편법승계에 악용할 우려 일자
“경영권 위한 주식 취득 않겠다”
지난해 공식자료 통해 밝혀
매입자금 출처도 차명주식 의심
개혁연대 “주식 즉각 처분해야”
삼성 “총수일가 등 지분 이미 40%
지배력 강화 차원과 무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그룹의 신규 순환출자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보유하던 삼성물산 주식 3000억원어치를 매입한 것은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익재단 이사장에 취임할 때 ‘편법 승계’에 악용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긴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한겨레> 2월26일치 17면) 또 공익재단이 주식 취득에 사용한 자금의 원천이 이종기(이재용 부회장의 고모부) 전 삼성화재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차명주식을 매각하고 마련한 것으로 추정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9일 논평을 내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주식 매입은 삼성이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의 공익재단 이사장 취임 당시 공익재단을 편법승계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당시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 발표한 공식자료에서 “앞으로 경영권 지배나 행사를 위해 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추가로 취득할 계획이 없고 (중략) 상속 관련 세금은 법이 정하는 대로 투명하고 당당하게 납부한다는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해 개정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하면서 삼성에스디아이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2.6%(500만주·약 7600억원어치)를 3월1일까지 처분할 수밖에 없게 되자, 지난 25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3060억원어치(200만주), 이재용 부회장이 1997억원어치(130만5천주)를 사들이고 나머지 2600억원어치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삼성은 과거 창업주 이병철 회장에게서 이건희 회장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때 공익재단을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현재 삼성생명의 지분 2.18%를 갖고 있고, 이번에 삼성물산 지분 1.05%를 새로 취득했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4.68%, 삼성화재 3.06%, 삼성전자 0.02%, 삼성에스디아이 0.58%, 삼성물산 0.6%를 보유하고 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공익재단의 주식 매입 자금 원천이 2006년 이병철 회장의 넷째 사위인 이종기 삼성화재 회장이 사망하면서 공익재단에 기부한 삼성생명 주식 4.68% 중에서 2014년 2.5%를 팔아 현금화한 5000억원의 일부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종기 회장이 기부한 주식은 이건희 회장의 불법적 승계 과정에서 활용된 차명 주식이 거의 확실하다.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돈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한 것은 심각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래전략실은 “공익재단의 주식매입은 대규모 주식매각에 따른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총수 일가와 계열사의 삼성물산 지분이 이미 40% 수준에 달해 지배력 강화 차원과 무관하다”며 약속 파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강행하다가 신규 순환출자 형성이라는 결과를 낳자, 공익법인의 재산을 동원해 문제 해결을 한 것”이라며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는 (편법 승계 논란 등으로 얼룩진)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줘야 하는데, 아직 그런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룹 사령탑인) 미래전략실이 지난해 말부터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강구했으나 삼성물산 주식을 시장에서 처분하는 데 실패하자 공익재단을 동원하다가 논란을 자초했다”며 “공익재단이 보유한 5000억원 전액을 주식 인수에 사용하지 않은 것은 나름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을 계기로 재벌이 산하 공익재단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은 지난해 재벌 산하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정부여당의 반대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정훈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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