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제동
개성공단 자산 400억원 묶여
개성공단 자산 400억원 묶여
현대아산의 개성공단 내 사업 중단에 이어 현대상선이 참여하는 대북 경협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까지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대그룹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현대상선은 3월 말에 관리종목 지정까지 예고된 상태다.
2013년 한·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추진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 등을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나진항까지 열차로 운반한 뒤 북쪽에 항구 사용료를 지급하고 화물선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다는 사업 구상이다. 현대상선은 포스코, 코레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현대그룹은 12일 “아직 정부로부터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을 통보받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대북 제재의 하나로 이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재 시범 운항을 거쳐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로 투자가 이뤄진 것이 없는 만큼 손실도 없다. 향후 상황을 보면서 추진 여부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안간힘을 써왔다. 지난주 현대상선은 자본금 대비 자본 총계 비율이 63.2%를 기록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고 공시했다. 재무제표상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서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에 현대아산 주식 808만주를 모두 매각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개발과 금강산·개성관광 독점사업권자 지위를 갖고 있는 현대아산도 피해가 크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내 숙박시설인 송악프라자와 시설 내 면세점, 한누리주유소 등을 운영해왔다. 개성공단 내 자산 규모는 400억원대로 추산된다. 현대아산은 2008년 남쪽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8년간 관광 사업이 중단되면서 지금까지 1조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의 악재가 겹쳤다. 대북 사업은 선대 회장들의 유업으로, 남북 간 협의가 잘 이뤄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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