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 손실 2535억 달해
설연휴 겹쳐 11일 오전까지 매매정지
자본금 수혈 없을땐 관리종목 지정
벌크선사업부 매각 본계약 체결
현대상선쪽 “추가자구안 노력중”
설연휴 겹쳐 11일 오전까지 매매정지
자본금 수혈 없을땐 관리종목 지정
벌크선사업부 매각 본계약 체결
현대상선쪽 “추가자구안 노력중”
현대상선이 5일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선 63.2%에 이르렀다고 공시해 자본금 수혈이 없을 경우 관리종목 지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관리종목 지정은 재무상태 악화 등으로 해당 종목이 조기 퇴출될 가능성 등 투자위험을 투자자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제도다. 자본잠식률 50% 돌파는 관리종목 지정 요건으로, 실제 지정은 2015년 사업보고서가 제출(3월30일 제출 마감)된 다음날 이뤄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5시39분부터 11일 오전 9시까지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소는 통상 투자위험이 있는 종목은 당일 장 마감 뒤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시간외 거래를 중지하지만 이번엔 설 연휴가 끼어 11일 오전까지 거래가 중지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실적을 잠정결산한 결과 매출액 5조7665억원에 2535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았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1.5%, 영업이익은 7.9% 감소한 수치다. 당기 순손익은 2014년엔 218억원의 흑자였지만, 2015년엔 4434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적자 전환했다. 현대상선은 “해운시황 불황에 따른 운임 하락 영향으로 2015년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으나, 이미 제출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결산자료를 보면 지난해 자본총계는 4776억원, 자본금은 1조1825억원으로 비지배 지분을 제외한 자본총계 대비 자본금 비율은 36.8%다. 2014년 65.2%에서 거의 반토막이 났다. 현대상선은 “채권단에 제출했던 자구안인 벌크전용선 매각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자본잠식 상태를 알게 돼 공시했다”며 “결산자료이기 때문에 수치는 최종 감사보고서 제출 시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잠정 결산자료와 함께 이날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매각은 에이치라인해운이 현대상선 쪽에 매매대금으로 최대 1억달러(1200억원)를 제공하고 3억5천만달러(4200억원)의 차입금을 떠안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대상선은 3월 중 거래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벌크전용선 사업부는 선박 12척 규모로, 지난해 3분기 8천억원대 매출을 올려 현대상선 전체 매출에서 17% 정도를 차지했다.
현대그룹은 최근 법정관리 위기까지 내몰렸던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재매각을 비롯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지난 2일 확정해 발표했다. 현대상선이 보유중인 현대증권 지분 담보대출과 현대아산 지분 매각으로 700여억원을 조달하고, 현정은 회장이 별도로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현대상선에 1천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즉시 제공하기로 했다. 또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의 재매각과 벌크전용선 사업부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매각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행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따르면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자본금 전액이 잠식이 되면 상장이 폐지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4분기 결산 실적을 아직 공시하지 않았으나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높아 공시하게 됐다”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더라도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현대상선 2015년 잠정 실적과 자본잠식 현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