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주량 60%나 떨어져
SPP조선은 한 척도 수주 못해
전체 비중 한자릿수대로 급락
가격 경쟁력 확보한 일 업체들
세계시장 점유율 27%로 높여
“내실 위주 수주 전략 대응해야”
SPP조선은 한 척도 수주 못해
전체 비중 한자릿수대로 급락
가격 경쟁력 확보한 일 업체들
세계시장 점유율 27%로 높여
“내실 위주 수주 전략 대응해야”
조선업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중형조선사들이 엔화 약세(엔저)를 앞세운 일본과의 저가 수주 경쟁까지 더해져 지난해 수주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형조선사들의 지난해 수주량은 64만6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59.8%나 줄었다.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중형조선사들은 매각(SPP조선), 채권단 공동관리(성동조선해양) 등을 통해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저가 수주보다 내실있는 수주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 26일 발표한 ‘중형조선사 2015년도 4분기 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3377만CGT, 발주액은 690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24.1%, 38.9% 감소했다. 특히 벌크선, 중형 탱커, 중형 컨테이너선 등 중형조선사들이 주로 만드는 3대 중형 선종의 발주량이 척수 기준으로 45.5%나 줄었다.
세계적으로 새 선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줄면서 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도 2014년과 견줘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수주량은 64만6000CGT로 전년과 견줘 59.8% 줄었으며, 수주액은 13억1000만달러로 58.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 에스피피조선은 지난해 총 8척에 이르는 선박의 수주 협상을 마쳤음에도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거부돼 단 한 척도 수주를 하지 못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삼성중공업과 경영 협력 관계를 맺고 영업 등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
금융권 관리를 받는 중형조선사들이 생존전략을 짜느라 수주가 주춤한 사이, 국내 전체 조선 수주액에서 중형조선사 수주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줄고 있다. 2007년 26.7%였던 비중은 2014년에 10.1%까지 뚝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6%까지 낮아졌다. 한때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으로 대형조선사와 중형조선사를 묶으려는 안이 흘러나온 것도 중형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이 해마다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의 수주 실적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나쁜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세계적인 중형 선박 시장의 발주 감소율보다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 감소율이 더 높게 나타난 점은 한국 중형 조선산업의 시장 점유율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실적 부진은 일본과의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 크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선박 수주량에서 일본의 점유율 비중은 2010년 12.5%에서 2015년 27.1%로 두 배 넘게 느는 등 엔저를 앞세운 일본은 점차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기술력과 신뢰가 높은 일본이 한국과 중국보다 부족했던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국내 중형조선사들과 일본과의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 선임연구원은 “중형 선박 시황은 2017년까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엔저 효과의 기한을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일본과의 저가 수주 경쟁은 약화될 것으로 보여 중형조선사들이 내실있는 물량 위주로 착실한 수주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국이나 일본이 바짝 추격해 오고 있지만 중형조선사들이 만드는 범용선박도 경쟁력이 있다”며 “중형조선사들을 포기할 게 아니라 고용이나 경제적인 효과 등을 고려해 이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국내 중형조선소 수주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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