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안과 밖 폭설과 강풍으로 인해 발이 묶였던 관광객들이 25일 오후 제주시 용담동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권을 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제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45시간만에 운항 재개
폭설과 강풍으로 통제됐던 제주공항이 45시간 만에야 운항을 재개했다. 국토교통부는 평소에 금지된 심야 운항까지 풀었고 항공사들은 이틀 동안 제주에서 발이 묶였던 승객들을 밤새 실어 날랐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정오께 “제주의 기상 상황이 좋아져 애초 계획보다 8시간 앞당긴 낮 12시에 제주공항에 대한 운항 통제를 해제하고 낮 3시께부터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운항 재개 뒤 제주공항을 이륙한 첫 항공기는 오후 2시48분 이스타항공 236편으로 탑승 인원은 149명이었다. 국토부는 이날 모두 140여편의 항공기를 타고 2만8천여명의 승객들이 제주를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했다. 국토부는 평소에 금지된 밤 11시~아침 6시 사이의 심야 운항도 이날 밤 해제해 항공기들이 24시간 운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밤 국내 공항과 연결된 철도, 지하철, 버스 등은 모두 연장 운행됐다.
25일 오후 3시부터 항공기 140여편
사나흘 체류한 승객들 실어날라 예약자 8만6천여명 중복 예약 많아
이르면 26일께 ‘북새통’ 풀릴듯 여수·목포행 여객선도 운항 재개
김포공항 연결 지하철·버스 연장운행
제주공항에 발이 묶였던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는 불확실하다. 운항 재개 전까지 누적 예약자는 8만6천여명이었다. 제주공항의 하루 최대 수송 인원이 4만명(이하 편도 기준), 26일 새벽까지의 전체 수송 인원이 2만8천여명가량인 만큼 단순 계산으로는 적어도 2~3일이 걸린다. 그러나 발이 묶인 승객들이 2중, 3중으로 항공기를 예약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르면 26일께 갇힌 승객들이 모두 제주를 빠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손명수 공항항행정책관은 “확실한 체류 승객은 첫날의 2만명가량”이라고 말했다.
운항 재개에 따라 항공사들은 대규모 정기편과 임시편을 집중 편성해 밤샘 수송 작전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정기편을 모두 취소하고 임시편으로만 34편을 투입해 예약이 밀린 순서대로 실어날랐다. 아시아나도 21편의 정기편과 임시편을 투입했다. 대한항공의 마지막 항공기는 새벽 4시25분, 아시아나는 새벽 4시3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모두 7개 항공사가 139편을 편성해 2만8069석을 공급했다.
그러나 공항과 주변에서 오랫동안 항공기를 기다려온 승객들의 고통은 이날도 계속됐다. 이날 새로 탑승권을 받은 한 승객은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기분이 안 좋다. 이런 상황에서도 환불과 승차권 구입을 승객 스스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업차 제주를 방문한 노아무개씨는 “회의가 다 취소됐고 납품도 미뤄졌다”고 답답해했다. 대학생 함유미씨는 “오늘 오후 시험을 내일로 미뤘는데, 그것도 미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갇힌 승객들을 도우려는 제주도민들의 따뜻한 손길도 이어졌다. 제주도청 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보낸 빵 1만4천개, 생수 1만5천통, 모포 1400개, 스티로폼 500개 등을 공항에서 노숙한 1700여명의 승객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설주의보와 돌풍경보, 풍랑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오후 3시부터 제주연안터미널에서 완도와 여수, 목포로 가는 여객선의 운항도 재개됐다. 이번 제주의 강한 추위와 큰 눈은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한 뒤 서해상의 수증기가 만나 강한 눈구름을 형성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까지의 적설량은 12㎝에 이르렀으며, 이것은 1984년 1월의 13.9㎝ 이후 최대 적설량이다.
세종 제주 광주/김규원 김성광 정대하 기자, 윤영미 이근영 선임기자 che@hani.co.kr
사나흘 체류한 승객들 실어날라 예약자 8만6천여명 중복 예약 많아
이르면 26일께 ‘북새통’ 풀릴듯 여수·목포행 여객선도 운항 재개
김포공항 연결 지하철·버스 연장운행
비슷한 시각 사흘 만에 운항이 재개된 여객기가 눈보라를 일으키면서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제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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